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제도가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오히려 일부 저소득 납세자에 과중한 세 부담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야기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에 다주택자 중과세제를 완화하되 중장기적으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간한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의 평가와 개편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종부세 납부 가구 중 소득 1분위 가구는 평균적으로 연간소득의 2.3배에 달하는 세액을 부담하고, 소득 2분위 가구와 3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세액 비중도 각각 23.3%와 30.1%에 달했다.
보고서가 분석한 결과,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는 가용 소득이 적은 가구의 세 부담을 상당 수준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세율체계를 일원할 경우,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세액 비중은 231.7%에서 98.4%로 경감되고 소득 2분위 가구의 소득 대비 세액 비중은 23.3%에서 14.6%로 경감됐다.
반면, 중과제도의 소득 재분배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의 소득재분배 영향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현행 종부세가 가구의 소득재분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득에서 종부세액이 차지하는 비중(평균)은 소득분위별로 0.01%~0.68%(소득에 주택 귀속임대소득을 포함하는 경우 0.01%~0.2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과세가 혼인에 대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진섭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주택 중과세제는 혼인의 성립과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각자 주택을 보유한 커플은 혼인하는 경우보다 혼인하지 않고 독립 가구를 꾸리는 편이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비혼과 이혼이 촉진될 유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비혼·저혼인·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과세제의 정책목표인 '주택가격 안정화' 효과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다주택 중과세 제도가 주택가격 및 주택거래·보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다주택 양도세·종부세 중과세가 주택가격을 하락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주택보유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났다. 다주택 취득세 중과세에 따른 투기적 주택매입 억제 효과도 미미했다.
이에 최 부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안정화에 대한 제도의 효과성이 부정될 뿐만 아니라, 보유주택 수에 따른 세 부담 불형평성을 야기하고 혼인에 부정적 유인을 발생시키며 재정분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다주택 중과세제는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장기적으로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다주택 중과세의 폐지는 자연스럽게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과 재산세와의 통합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대상은 서로 동일하며, 종부세 수입은 이미 전액이 지방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간 통합은 기존 재산세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종부세·재산세 통합 논의와 함께 재산세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