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후 기아 美서 약진
현대차 87% 수준서 96%까지 급성장
기아 내구품질조사 1위…현대차 6위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판매와 품질평가, 친환경차 전략 등에서 기아가 약진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현대차 판매가 6.8% 성장했지만, 기아의 성장세는 18%에 육박했다. 친환경 전기차 판매는 물론 내구품질조사에서도 기아가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3개 브랜드(현대차·제네시스·기아)의 미국 현지 전기차 누적판매가 10만 대를 돌파했다. 처음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2014년 10월 이후 8년여 만이다. 1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10만4326대에 달했다.
2017년 첫 전기차를 선보인 현대차는 누적판매 5만1096대, 작년 첫 전기차를 판매한 제네시스는 1964대를 기록했다. 기아는 총 5만126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보다 약 3년 먼저 순수 전기차(쏘울 EV)를 판매한 효과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의 대부분이 2021년 이후 출시한 전용 전기차들이 세운 기록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기아의 약진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1월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 5의 판매가 989대에 머문 것과 달리 기아 EV6 판매는 1110대를 기록했다.
비단 전기차 판매뿐 아니라 기아 전체 판매도 미국 현지에서 최근 급성장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연간 미국판매는 67만8000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기아는 약 59만 대를 판매했다. 기아의 판매가 현대차의 87% 수준이었다.
4년 뒤인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72만4265대(+6.8%)를 판매하는 사이 기아는 무려 17.6%나 증가한 69만3549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87% 수준이었던 미국 판매가 96%까지 치솟은 셈이다.
기아는 품질평가에서도 현대차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내구품질조사’에서 고급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31개 브랜드 가운데 △제네시스가 2위(144점) △기아가 3위(152점) △현대차는 8위(170점)를 기록했다. 세 브랜드 모두 상위권이지만 상대적으로 기아의 평가가 현대차를 앞질렀다. 올해 초에는 2023 북미 올해의 차에 EV6가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기아는 3년 연속 일반 브랜드 1위에 오르며 ‘최우수 일반 브랜드상(Mass Market Nameplate)’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현대차는 18개 일반 브랜드 가운데 6위로 평가받았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바로 아래 단계인 ‘니어-럭셔리’를 추구해왔고, 기아는 현대차보다 스포티 이미지가 강하다”라면서 “브랜드가 안정화된 현대차보다 기아는 여전히 미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다져가고 있다. 당분간 (기아에 대한)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이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발음이 어려운 “현대(HYUNDAI)”보다 대부분의 언어권, 특히 영어권에서 손쉽게 발음할 수 있는 “기아(KIA)”라는 브랜드 이름도 이미지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고물가 등에 따른 자동차 수요 둔화와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쉽지 않은 여건”이라면서도 “미국 전기차 시장이 본격 확대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양사의 미국 전기차 판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