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살’ 논란…비계 비율 얼마가 적당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14 15:13 수정 2023-03-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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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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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소울푸드’하면 삼겹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는 약 72%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았는데요. 쇠고기(13.6%)나 닭고기(10.2%)보다 압도적인 선호도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부위는 삼겹살입니다. 외국에서는 지방층이 두터워 인기 없는 부위지만, 한국은 유독 삼겹살 구워 먹는 걸 좋아해 전 세계 삼겹살은 한국으로 수입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하죠. 축산업협동조합에서 양돈 농가를 위해 지정한 3월 3일 삼겹살 데이는 이런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을 직격한 마케팅인데요. 최근 먹을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반값 삼겹살’이라더니 비계가 반…유통업계, 과지방 검수

유통업계가 삼겹살 데이를 맞아 내놓은 저렴한 삼겹살 상품이 되려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품질까지 인하해버렸기 때문인데요. 절반 이상이 비계인 돼지고기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후기란과 커뮤니티 등에는 비계가 가득한 고기 사진을 찍어 올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했죠. 네티즌들은 “고기 굽기 전 팬을 예열할 때나 쓸 비곗덩어리가 왔다”, “비계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세일할 때마다 겉만 멀쩡하고 뒤집어보면 전부 기름 덩어리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업계는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SSG닷컴(쓱닷컴)은 삼겹살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교환·환불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와 별개로 적립금 5000원을 제공하기도 했죠.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와 쇼핑몰들도 교환·환불을 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주문량이 급증해 미흡한 품질의 상품이 판매됐다”고 해명했는데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쓱닷컴 측은 “추후 이런 대형 행사를 진행할 경우 입고, 배송 과정 등에서 검수를 철저하게 진행해 재발을 막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마트는 자체 축산물 가공·포장 센터인 미트 센터 상품 가운데 과지방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별하고, 납품업체에서 받는 제품은 협의를 통해 소분 과정에서 별도의 지방 제거 공정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삼겹살 비계 비중, 기준 있을까?

그렇다면 ‘적정량’의 비계가 어느 정도인지, 기준이 있을까요.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들이 실망한 건 비계가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지방이 아예 없는 삼겹살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적정’한 비계가 맛있는 삼겹살의 핵심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삼겹살의 적정 비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삼겹살이 아닌 전체 돼지고기의 적정량에 대한 기준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 평가원은 돼지고기를 도축할 때 등지방 두께, 중량 등을 품질 평가 등급에 반영하고 있는데요. 축산법은 돼지를 도축 후 냉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개면을 보고 삼겹살 상태, 지방부착 상태, 지방 침착 정도, 고기 색·조직감, 지방색·질 등에 따라 △1+ △1 △2등급으로 나눠 판정하고 있습니다. 축산법에 따르면 탕박(도축 과정에서 돼지를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물을 분사해 털을 뽑는 작업방식)한 돼지 도체 기준 1+등급 고기의 등지방 두께는 17~25㎜, 1등급은 중량에 따라 15~28㎜ 수준이어야 하죠. 그 미만은 2등급으로 판정됩니다.

삼겹살만의 기준이 따로 없는 건 실질적으로 삼겹살의 비계를 판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돼지고기 품질을 평가할 때는 돼지를 목 부위에서 꼬리까지 반으로 갈라 두 개로 분리한 이분도체 상태에서 평가하는데요. 삼겹살·목살 등 특정 부위만을 따로 평가하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부위 별로 나뉘어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삼겹살의 비계 두께는 돼지 한 마리 안에서도 어떤 부위를 잘랐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애초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부터 뱃살 부위에 해당하는데요. 한 개체 내에서도 척추 위치에 따라 근육 분포가 다르므로 위치에 따라 비계 두께, 살코기 양 등도 달라집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이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결국 돼지고기 자체는 1+등급일지라도 부위에 따라 지방 덩어리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출처=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인이 사랑하는 ‘흉추5번 삼겹살’

‘좋은 삼겹살’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어도,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사랑하는 삼겹살은 있습니다. 2022년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조사한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지방 함량이 적절한 수준의 삼겹살’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지방 비율이 25~30% 수준인 삼겹살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정량의 지방은 고기의 풍미와 다즙성(고기에 포함된 육즙의 정도) 등을 높여 감칠맛을 돋우죠. 가장 선호하지 않는 삼겹살 지방 비율은 45~50% 수준으로, 최근 논란이 된 삼겹살의 비계 비중이 이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척추 위치로 따지면 흉추 5번 인근 삼겹살의 선호도가 가장 높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연구개발팀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형태 및 특성’ 보고서는 지방함량을 포함해 좀 더 구체적인 삼겹살 형태 별 선호도 조사 결과를 수록했는데요.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1위는 흉추 5번의 지방량이 적절한 삼겹살, 3위는 흉추 5번의 기름기가 적은 삼겹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 소비자가 2번째로 선호하는 부위는 흉추 9번 인근 지방량이 적절한 삼겹살이었죠.

반대로 흉추 11번부터 흉추 13번 부위는 흔히 말하는 비곗덩어리 삼겹살이 나타나기 쉬운 부위인데요. 맛있는 삼겹살은 고기와 지방이 조화롭게 겹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이들 부위는 복부에 가까워 몸통피부근, 배바깥경사근 등의 근육은 사라지고 지방이 몰린 ‘떡지방’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보고서는 해당 부위를 과지방 부위로 보고 개량이 필요한 삼겹살로 파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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