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경악한 ‘최악 황사’ 온다…“어떤 마스크 써야 하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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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와 고글을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아침 베이징은 황사와 모래폭풍으로 대기질 지수가 치솟았다. (AP/뉴시스)
▲22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와 고글을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이날 아침 베이징은 황사와 모래폭풍으로 대기질 지수가 치솟았다. (AP/뉴시스)
“마스크를 꼈는데도 목이 아프고, 답답하네요.”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중국 베이징을 덮친 올해 최악의 황사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며 대기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22일 베이징시 환경보호 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황사의 영향으로 베이징 전역의 공기질지수(AQI)는 최악인 6급 ‘엄중 오염’ 상태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AQI는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 500㎍/㎥인데, 관측센터는 이날 베이징의 평균 AQI가 500㎍/㎥라고 밝혔습니다.

베이징에 황사가 덮친 건 10일과 14일 이후로 이달 들어 세 번째입니다. 베이징 하늘은 이른 아침부터 누렇게 물들었습니다. 짙은 황사로 도심 아파트와 빌딩은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고, 가시거리는 1㎞가 채 되지 않았죠. 차량도 주행할 때 전조등을 켰고, 실외에서는 눈을 뜨거나 숨 쉬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황사는 오늘 오후부터 서쪽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수준의 미세먼지가 그대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위성기상센터에 따르면 황사 대부분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발달한 저기압을 따라 우리나라 북쪽으로 지나가겠으나, 일부가 북서풍에 실려 남동쪽으로 이동,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 일대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으로, 서울·경기남부·충청·광주·전북은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후부터는 서울과 경기남부, 충남도 ‘매우 나쁨’ 수준으로 짙어지겠습니다.

앞서 코로나19 기간 중국발 미세먼지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바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중국 내 활동이 감소하면서 하늘이 한결 맑아졌던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점에 접어들기 시작하고,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에 나서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산업 활동 재개 등 도시가 회복되면서 다시금 미세먼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죠.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연일 심화하는 대기질 문제…황사엔 발암물질까지 포함돼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간 미세한 흙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또는 떨어지는 흙먼지를 황사라고 하는데요. 사실 황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기상 현상입니다. 역사 기록에 황사가 등장한 건 무려 2000년에 가까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삼국시대 이래 흙가루가 비처럼 내린다는 의미로 우토(雨土)나 토우(土雨) 등의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황사’라는 용어를 쓴 건 1954년부터입니다.

최근에는 황사 속 중금속 입자들의 농도가 짙어져 건강을 더욱 위협하고 있습니다. 황사에는 모래 먼지뿐 아니라 발암물질인 납, 니켈, 카드뮴 등 중금속 그리고 이들 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든 질소 화합물과 황산화물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아동의 폐 기능 감소,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성인의 허혈 심장질환, 뇌졸중까지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해 2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외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연간 4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현재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에서 유입되는 건 아닙니다. 일부 고농도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가 주요 원인인 국내 주도형 사례로 분석됐죠. 다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편서풍대에 위치해, 중국의 황사가 우리나라 대기질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황사는 주로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 지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옵니다.

2019년 11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한·중·일 3국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에 따르면 한국 초미세먼지 32%가 중국발이었습니다. 대기 정체 등 국내 발생 사례의 경우는 51.2%로 절반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으나, 정작 중국 내 미세먼지는 대부분 자국 내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분석됩니다.

▲2017년 12월 14일 오후(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2018-2022 환경협력계획 서명식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중국 리간제 환경보호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2월 14일 오후(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2018-2022 환경협력계획 서명식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중국 리간제 환경보호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공동 연구 나선 양국…중국, 적극적인 환경 정책 실시하기도

대기질 문제가 연일 격화하는 만큼, 한·중 양국의 협력은 2015년부터 본격화했습니다. 그해 6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이 출범했고, 2017년에는 ‘한·중 환경협력계획(2018~2022)’을 체결했습니다. 2018년 베이징에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설치했고, 2019년에는 양국의 대기 분야 협력을 기존 조사·연구에서 예보정보 공유, 기술협력·정책 교류 등으로 확대하는 청천(晴天) 계획도 체결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2018년 ‘람천보위전 3개년 행동계획’을 발표,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철강 생산량 축소, 모조 철강 퇴출 등을 골자로 하는데요. 모조 철강은 폐철강을 원료로 만드는 저급 철강재로, 품질이 낮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합니다.

전례 없던 환경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국의 석탄 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 2월 한·중 환경 당국의 공동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석탄 소비 비중은 57.7%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고, 청정에너지 소비 비중은 23.4%로 1.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2020년 기준 중국 337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도 33㎍/㎥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36㎍/㎥) 대비 8.3%, 2015년(46㎍/㎥) 대비 28.3% 감소한 수치입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의 대기 오염도도 크게 완화됐습니다. 2020년 양국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나란히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그해 미세먼지 ‘나쁨’(36㎍/㎥ 이상) 일수는 27일로 전년 대비 20일 줄었고, ‘좋음’(15㎍/㎥ 이하) 일수는 154일로 관측 이래 청명한 날이 가장 많았습니다. 2019년에는 ‘매우 나쁨’(76㎍/㎥ 이상) 일수가 6일이었지만, 2020년에는 단 하루도 기록되지 않았죠.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 황사 황색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베이징 시내 주요 건물이 황사로 인해 형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 황사 황색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베이징 시내 주요 건물이 황사로 인해 형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중국 “2025년까지 석탄 생산 늘릴 것”…미세먼지 대한 개별 대응도 필요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가을, 석탄 생산을 늘리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며 다시금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런징둥 중국 국가 에너지국(NEA) 부국장은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중 기자회견에서 “중국 공산당은 2025년까지 연간 석탄 생산량을 46억톤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전년 생산량인 41억톤보다 12%가량 더 높은 수준입니다.

또 로이터통신은 런징둥 부국장이 자국 내 석유와 가스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석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공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이지만, 전력 대란으로 경제성장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석탄 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당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설명입니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긴 했지만, 이 바람에 발전용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는 등 2021년 9월쯤부터 중국 전역에는 이례적인 전력 대란이 찾아온 바 있습니다. 중국의 탄소중립목표와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이 탄소 배출 1위인 중국의 산업적 특성과 충돌한 겁니다.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으며 수력발전을 위한 물이 부족해졌고, 쓰촨성과 충칭시 등에선 전력 공급이 중단돼 주요 기업들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석탄 생산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고, 대기 정체 등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등까지 겹칠 경우 한반도의 대기질 오염도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개별 대응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우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외출할 경우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 권장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3년가량 거쳐온 탓에 잘 알려지긴 했지만, KF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습니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고,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할 수 있습니다.

실내에 있을 경우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합니다.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이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은 오염물질이 축적돼 실내 공기 질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나쁨’ 혹은 ‘매우 나쁨’ 수준으로 심하더라도 하루 세 번 이상, 3~5분간 환기하는 게 좋습니다.

또 탁한 대기질로 눈이 불편해질 때 미세먼지를 세척해줄 수 있는 인공눈물을 수시로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눈이 건조하지 않도록 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는 게 편하겠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 지금. 봄나들이 가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짙은 황사를 대비해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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