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전월세) 신고제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국 임대차 시장이 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전월세 신고가 자리 잡으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전세와 월세 거래가 통계에 포착돼 ‘깜깜이 계약’이 사라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신고 기준보다 낮은 월세를 받는 대신 관리비를 높여 받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돼 정부의 세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다. 2021년 6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2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다음 달부터 시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당장 전월세 시장은 신고 의무화로 거래 투명성 확보가 기대된다. 모든 전월세 거래의 규모와 집주인 정보 등이 확보되면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 수습이나 세입자 보호가 한층 수월할 전망이다. 그동안 전월세 거래는 매매와 달리 신고 의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전월세 거래 규모는 자진 신고나 확정일자 부여 건수 등으로 간접 추정해왔다.
특히, 거래액이 큰 아파트와 달리 빌라(연립·다세대 주택)나 오피스텔, 원룸 등 소액 계약이 많은 비(非)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정확한 규모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월세 신고제 시행 이후 드러나지 않았던 거래가 신고되면서 전월세 거래량이 대폭 늘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 깜깜이로 남았던 거래들이 신고를 통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부작용이 일부 나타나겠지만, 전체 전월세 시장 안정 효과가 더 크다면 신고제 시행을 미뤄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집주인은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신고를 피하려고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편법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면적 35㎡형 원룸은 월세 보증금 1억98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계약 세부 조건으로는 관리비가 25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관리비에는 전기와 가스, 수도, 인터넷 요금이 모두 제외돼 있어 사실상 월세 명목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나 보증금이 비싼 투룸 이상 빌라는 신고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작은 빌라나 원룸을 세 놓는 임대인들은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는게 유리하니 신고제 시행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편법 거래를 막기 위해 50가구 미만 소규모 주택의 관리비 구성항목을 표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관리비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당장 편법 계약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신고제 시행 이후에도 이같은 편법 거래는 이어질 전망이다.
송 대표는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려받는 꼼수 거래는 한정적으로 보고될 것이고, 일부 집주인의 조세 부담 전가 등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이고, 전체 안정의 효과가 더 큰 만큼 정부가 임대인에게 신고제 시행의 모든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월세 신고제는 주택 임대차 계약 시 보증금이나 차임 등 계약사항을 계약체결일부터 일정 기간 이내에 소재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중 하나다.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 원 초과 신규 또는 갱신 전월세 계약은 전국(경기도 제외 도 지역 가운데 군 단위 제외) 어디든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계약 이후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미신고시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