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리플)의 최고경영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혼란스러운 규제가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며 “유럽은 (가상자산 규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영국과 싱가포르조차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업체들과 자본이 미국을 빠져 나가는 이유”라며 “유럽은 미국 혼돈의 최대 수혜자”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 거래 투명성을 개선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규제법을 확정, 내년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갈링하우스가 미국 규제당국을 겨냥해 쓴소리를 한 이날 리플은 스위스의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및 토큰화 기술 업체인 메타코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리플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3년째 소송 중인 가운데, 이번 인수는 리플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익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고객을 확장하려고 하는 시점에 메타코 인수는 신의 한수”라고 강조했다. 2020년 12월 SEC는 리플이 발행한 가상화폐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하고, 리플이 XRP를 SEC에 등록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리플과 갈링하우스,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라슨을 고소했다.
미국 규제당국은 관련 규정과 법규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참여자들과 잇따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거래 및 파생상품 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고소했다.
미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보다 못해 SE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현존하는 증권 규칙 제정 절차가 가상자산 업계로 확대될 수 있는지 물었는데 규제당국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링하우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SEC가 혼란의 최전선에 있다”고 직설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그런 태도가 기업들이 미국에서 짐을 싸게 만들고 있다”며 “리플도 고객의 95%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고 올해 고용도 미국 밖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메타코 인수에 현금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할 정도로 리플의 재정상태는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재정이 탄탄한 만큼 기업 리플의 상장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갈링하우스는 “자금조달이 긴급하지 않다”며 “비즈니스 성장과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야 하는 등 필요한 때가 되면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