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세스 가동…인력 선순환 기능
이직 실패한 직원들은 내부 재편에 따라 사실상 퇴사
회사측 “퇴사 압박 없어…어쩔 수 없는 인력 재편일 뿐”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사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공동체 이동을 지원하고 나섰다. 회사 측에선 전체 인원을 재편하는 과정 중 공동체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회사에서 나가라는 ‘권고사직’이라며 노심초사 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달 초부터 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임직원들에 한해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공동체에서 필요한 인력에 대한 공고가 게시되면, 직원들이 지원해 면접을 본 뒤 소속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포지션별로 영입 인원은 모두 다르며, 각 사별로 프로세스 및 안내에 따라 공동체간 이동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보직이 바뀌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인력들에 대해 공동체 지원프로그램을 확대해 직원들의 선택권을 더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만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이전부터 해오고 있던 상시 프로세스였다”고 덧붙였다.
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세스는 지난달 진행한 클라우드와 검색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로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25일 조직개편 방안을 사내에 공지하고 사내독립기업으로 전환해 발 빠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앞서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대표는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사업들을 클라우드화 하면서 수익률을 맞추는 형태로 조직 개편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조직개편이 진행된 만큼 인력 이동 구조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공동체로 이동하지 못한 직원들의 거취다. 카카오 공동체로 이동하지 못한 직원들은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직원들에게는 카카오 공동체 외에 ‘T사’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도 안내가 되고 있다. 사내 채널에서 특정한 사이트와 공고 안내를 통해 이직할 수 있는 루트를 소개해주는 방식이며, 조직원이라면 해당 공고를 누구나 자유롭게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도 이직에 성공하지 못한 직원들은 내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자발적 선택을 통해 퇴사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몸집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공동체 이동이라는 정책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405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지속적인 적자에 빠져 있다. 2019년 12월 분사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다. 오히려 적자규모가 늘고 있고, 핵심 수익원도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점점 실적악화만 반복되고 있는데다, 지난해 이후 추가 투자 유치도 실패해 투자금이 소진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압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오히려 고용보장은 확실하게 하고 있다”며 “개발자의 경우에는 다양한 개발 경험을 통해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원을 정해놓고 감축하겠다는 계획 자체는 없다”며 “다만 클라우드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인원 재편이 있을 수는 있는데, 직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동체 지원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전체적으로 퍼지고 있는 카카오 구조조정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카카오 공동체 자체적인 결정일 뿐, 카카오 전체 계열사로 확대 해석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의 인사는 공동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카카오 본사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