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도 마치 '데자뷔'를 보는 것처럼 반복되는 일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특정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내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되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최근 간호법 제정안도 이 순서를 거친 끝에 결국 국회에서 폐기됐다. 이외에도 아직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같은 수순이 예고된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현재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에 이를 직회부할 수 있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즉, 민주당이 법안에 대한 강행 의지만 있다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충분히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21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법 등 총 11건이다.
야당이 최근 법안의 단독 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여당이 사실상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다만, 대통령이 정부에 이송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야당 의원들을 모두 끌어모아도 재의결이 어렵다. 결국, 여당에서는 해당 법들의 통과를 막기 위해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으며, 야당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강제'하는 셈이다.
다만, '협치'의 의지 없는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는데 민주당이 거절했다'라는 반복되는 말로는 이 정국을 풀어나갈 수 없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 및 만남 등 협치를 위한 더욱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