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킬러문항'으로 상징되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섰다. 정부가 사교육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접수 11일 만에 일부 신고에 대해 경찰청 수사의뢰까지 나서면서다. 일부 수험생 및 학부모들은 킬러문항 배제 등 수능 136일을 앞두고 나온 정부 방침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른 파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가 지난달 22일 개설된 후 7월2일 오후 6시까지 총 261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대형 입시학원 강사가 수능 관계자를 만났다거나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문제 개발에 수능 출제진이 참여했다는 등의 ‘사교육업체와 수능 출제체제 간 유착 의심 신고’ 유형이 29건으로 가장 많은 신고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주부터 실무진 중심으로 진행된 교육부·서울시교육청의 학원가 합동점검도 이번주 교육부 차관이 주재하는 등 속도를 낸다. 점검과정에서 학원법 등 현행법 위반 혐의가 적발될 경우 교습 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경찰청 등에 수사 의뢰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학원가는 굉장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대형 입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수시 원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6월 모의평가 결과를 가지고 대학을 결정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교육부의 이러한 수사의뢰 등 사법절차가 수험생에게 피해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강사는 강사대로 위축이 돼 있다. 일련의 정상적인 입시 흐름이 지금 비정상적인 스케줄로 흘러갈 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수학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표적으로 하고 있는 일타강사는 털어봤자 나올 게 없다. 현장 강의할 때도 교재도 카드로만 받고, ‘FM(Field Manual, 정석대로 한다)’으로 했다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나올 게 없다”면서 “정부가 ‘킬러 문항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실상 표적 조사를 벌이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업계 관계는 “수사를 한 결과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 유착관계가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사교육 업계를 뛰어넘어 공교육까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모든 종류의 개혁에서 감사와 수사라는 수단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와 학원 수사가 먼저였다”면서 “교육격차 문제의 해결보다는 불법 사례를 찾는 데 집중할 것 같다”고 했다.
불법적인 사교육카르텔에 대한 근절은 당연하고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나아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만한 시스템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교습비나 교습 내용 등에 관련해서 불법적이나 편법적인 요소가 있으면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EBS 연계나 방과후학교 등을 늘린다 하는데 이는 사교육을 대체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학)은 “그간 정부 공교육 정상화 등 역대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사교육 감축에 포커스를 맞춰왔다”며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사 인센티브나 재량권 강화 등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킬러 문항은 주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국한된 문제”라며 “전체 사교육비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다수 중산층과 중하위권마저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내신 사교육 문제를 짚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