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격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업계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상을 저지하려는 정부의 압박은 이해하나, 기본적인 틀을 바꿔야 소비자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목소리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 19일을 올해 우유 원유 가격 결정 협상기한으로 못 박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기한 내 협상이 마무리되면 8월 1일부터 우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유 가격은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들이 속한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하는데, 이들은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젖소용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2021년 kg당 525원에서 지난해 kg당 645원으로 22.9% 상승했다. 사료가격 상승 여파로 우유 생산비도 2021년 리터당 842.95원에서 지난해 958.71원으로 올랐다.
흰우유‧유제품 등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남양유업‧매일유업 등 유업체를, 지난 14일에는 대형 유통사를 각각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들 업체도 일단은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흰우유의 평균 영업 마진은 1%밖에 안 된다”며 “정부도 제조‧유통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업체도 함께 물가인상에 대한 부담을 나누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원유 가격은 수요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구조다. 매년 원유 생산비의 증가분을 반영, 낙농가와 유업계가 협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 연동제’가 가격 결정의 큰 이유다. 이에 낙농가는 특별히 생산 비용을 절감할 이유가 없다. 사실상 매년 늘어나는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 되면서 2020년 기준 국내 원유 가격은 미국‧유럽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결국 소비자와 접점이 큰 유업계가 가격 인상 비용을 떠안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되기는 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흰우유와 가공유 등 용도에 따라 원유 가격을 다르게 올리는 제도다.
문제는 흰우유가 소비자 체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데, 이 제도에 따르면 흰우유에 쓰이는 경우의 원유 가격 인상 폭이 더 높아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인상폭 체감도는 떨어진다. 이에 유업계는 제도가 바뀌었어도 물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안는 것은 그대로라고 토로한다. 새 제도 적용이 유제품 가격 인상폭을 줄이는 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기에, 또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일단 낙농업계와 유업계의 신경전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정해져야 판매가 정책을 세울 수 있어 현재로선 분명한 입장이 없다”면서도 “대형마트 업계는 항상 할인 행사를 진행,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데 가격 이슈 때마다 실익을 보는 것처럼 언급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