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1.81명), 임실군(1.55명), 경북 군위군(1.49명), 의성군(1.46명), 강원 양구군(1.44명). 지난해 합계출산율(잠정)이 높은 지역들이다. 하지만 이 출산율 통계에는 함정이 있다. 젊은 여성의 수다.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역 내 가임여성 중 상대적으로 젊은 미혼여성이 줄면 기혼여성 비중이 커지고, 그 결과로 출산율이 올라간다. 출산율이 높은 지역들은 하나같이 젊은 여성이 적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이 1.20명 이상인 시·군·구는 영광군을 포함해 모두 13곳이다. 강원 삼척시, 충남 서산시, 경북 영천시 등 3곳은 시지역, 나머지 10곳은 군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젊은 여성이 부족하다. 본지가 주민등록연앙인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출산율이 1.20명 이상인 지역 중 20·30대 남성 100명당 여성이 80명 이상인 지역은 삼척시와 영광군뿐이다. 강원 화천군(출산율 1.40명)과 인제군(출산율 1.31명), 전남 신안군(출산율 1.30명)은 20·30대 남성 100명당 여성 수가 각각 56.01명, 58.45명, 63.34명에 불과했다.
시·군·구별 성비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회귀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유의확률=0)에서 20·30대 남성 100명당 여성이 10명 줄어들 때 출산율은 0.11명 증가했다. 젊은 여성이 적을수록 출산율은 증가하는 모순이다. 이는 젊은 여성들의 유출에 기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3만 명 넘는 여성이 지방에서 서울로 순유입됐다. 혼인율이 낮은 20대를 중심으로 지역 내 가임여성이 감소하면, 출산율 산식의 모수에서 기혼여성의 비중이 커져 출산율이 높아진다. 결국, 지방 소도시의 출산율이 높은 건 통계상 착시다.
20·30대 여성이 많은 지역의 출산율이 낮은 것도 같은 배경이다. 지역 내 가입여성 중 미혼여성 비중이 커져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20·30대 남성 100명당 여성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마포구와 강남구, 서초구다. 각각 117.84명, 113.40명, 113.08명이다. 출산율은 마포구가 0.52명, 서초구는 0.60명, 강남구는 0.49명으로 전국 0.78명을 크게 밑돈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출산율보다 출생아 수에 있다. 그나마 젊은 미혼여성이 많은 서울은 출산율 회복 시 출생아 수도 회복되지만, 지방 소도시는 상황이 다르다. 미혼여성 유출에 현재 기혼여성 고령화까지 겹치면 지역 내 가임여성이 급감한다. 가임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선 출산율이 2명 이상으로 회복돼도 출생아 수는 회복이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