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로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과 러시아의 ‘핵 거래’ 등 급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응하고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이어가기 위해서다.
최근 한미일 vs 북중러 신(新)냉전 구도에서도 한국이 중국과 상호 호혜적 공동 이익을 전제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3국 공조로 자유 진영 국가에 대항하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대응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와함께 윤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국정 운영 중심을 ‘경제 활성화’로 잡은 만큼 중국과 교역 중요성이 더해진 상황을 고려한 행보라는 의미도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양국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지 않아 ‘정상회담’은 아니었지만, 북한과 러시아 등 동북아 현안에 대해 심도깊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파악된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 기간 북한 핵미사일 대응과 관련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연이어 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겨냥해 “중대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회의 참석국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유엔 회원국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준수 필요성과 채택 당사자인 상임이사국의 무거운 책임에 대해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에 당부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과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함께 인태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을 지향하는 점에 대해 강조한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에 남중국해 영토 분쟁과 관련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용납 불가’, ‘국제법 원칙 존중 및 각국 권리 보장하에서 남중국해 행동 준칙 수립 기대’를 취지로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앞으로 중국과 경제 협력 중요성을 고려한 듯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 확립 필요성 강조’,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과 해양 안보 협력 확대 예정’ 등의 취지로 메시지도 냈다.
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 행위’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70여 년 전 불법 침략에 의해 국가 존망 위기에 몰렸던 한국 경험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올해 7월 키이우에 방문,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에 대해 발표한 사실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라오스·필리핀 등과의 양자 정상회담도 이어갔다. 필리핀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도 가졌다. 이어 저녁에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순방에 동행한 기업인을 격려하고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