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국가적 행사 뒤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입력 2023-10-15 17:00 수정 2023-10-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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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SKㆍ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준비된 나라, 수십 년간 어려운 조건에서도 복원력을 보여준 나라, 지구촌에 '한국이 했으니 우리도 한다'는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등을 쓴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왜 한국? 왜 부산?'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이날 객석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엑스포 표심을 흔들었다.

이외에도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가삼현 HD현대 부회장 등이 현지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글로벌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엑스포 유치 총력 지원 방침을 공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멕시코와 파나마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회장은 "부산엑스포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혁신 기술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글로벌 교섭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총수들이 엑스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본격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국가적 어젠다로 결정하며 재계에 구원 요청을 했다. 재계 총수들은 세계 곳곳에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에 나섰다.

국가적인 행사에는 언제나 재계 총수들이 함께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주도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이뤄졌고, 2002년 한일월드컵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해 성사됐다. 삼수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동계올림픽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활약이 없었으면 유치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위기의 순간에도 기업의 힘은 컸다. 올여름 있었던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지원과 봉사 덕분이었다. 코로나 위기 당시에도 기업들은 생활치료시설을 제공하고, 마스크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위기 극복을 도왔다.

이같은 기업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옥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땐 손을 내밀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한 일에는 손을 내던진다.

당장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계류 중인 규제혁신 법안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용노동 관련 법안 중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규제 해소 등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법안은 9%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킬러규제 혁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균형 있는 노사관계를 위한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세계 곳곳의 전쟁 등 우리나라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기업 경제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고 자유롭게 기업이 일할 수 있게 해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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