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보증기간 내 온라인 접수·수리
오프라인 양판점과 경쟁 불가피
“소규모 수리업체 영역 침투” 지적
쿠팡이 가전제품 사후수리 서비스(AS)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품질보증 기간 내 무상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인데, 최근 자체 AS를 도입한 가전양판업계는 쿠팡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중소가전 제조사의 사업 영역까지 손을 뻗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쿠팡은 이달부터 무상AS 서비스 시행에 들어갔다. 쿠팡AS는 가전제품 제조사에 따로 연락할 필요 없이 쿠팡에 직접 수리를 요청하는 서비스다. 상품과 증상 등을 쿠팡에 접수하면 쿠팡 소속 AS전문 기사가 방문 수리를 한다. 원하는 날짜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품질보증 기간 내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쿠팡 측은 “가전제품 제조사의 품질기간 동안 무상AS가 제공된다”며 “다만 고객 과실, 점검 내용 등에 따라 별도의 수리비 또는 부품비가 청구될 수 있고 출장비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 무상AS 대상 가전제품은 노트북, 냉장고, 청소기, TV, 세탁기·건조기, 주방가전 등 200여 종이다. 당초 TV, 냉장고, 세탁기 등 로켓설치 제품을 중심으로 AS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서비스 영역이 노트북, 주방가전 등으로 확대됐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이미지 옆에 ‘쿠팡무상AS’ 배지가 별도로 붙는다. 구체적으로 HP(노트북), 캐리어(냉장고), 아남(TV) 등이다. 현재는 중소 가전 브랜드 중심이지만 향후 대기업 제품을 제조사에 직접 맡기는 식으로 서비스가 확장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쿠팡은 가전제품 AS 도입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로켓설치 제품을 대상으로 수리 서비스를 내부적으로 테스트했고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서비스 엔지니어, AS부품센터 운영담당자, 가전 서비스센터 운영 책임자 등 인력을 채용했다.
자체 AS에 나선 건 쿠팡을 통해 구매한 가전제품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업체 간 책임회피, 서비스 지연 등 소비자 불만이 잇달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 브랜드에 몰리는 가전 소비 수요를 분산시켜, 중소가전에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로써 최근 자체 AS를 도입한 가전양판업계는 쿠팡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서비스센터인 ‘홈 만능해결 센터’를 전국 10개 지점에서 운영 중이다. 전자랜드는 지난달 설치·수리 전문기업 마이스터즈와 손잡고 일산점 내에 가전제품 AS센터를 열었다. 수리 서비스로 기존 구매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까지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제품이 아닌 소형 가전 중심으로 수리에 나선 것을 두고, 중소형 제조업체, AS전문 영세업체의 사업 영역까지 손을 뻗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전자랜드와 협력한 마이스터즈는 설립 4년 차 기업이고, 그 외 위니아에이드 등 소형 가전제품만을 수리하는 업체들도 다수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온라인으로 접수받아서 수리까지 다한다는 것인데, 규모가 있는 가전양판점 뿐만 아니라 수리 전문 스타트업, 소규모 수리 업체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