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무게 둔 인선
이종석 헌재소장 청문회는 13일 예정
유남석 소장 후임 지명은 시작도 못해
헌재도 이은애 재판관 ‘권한대행 체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에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에 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33일 만이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 전 대법관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엔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만큼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에는 국회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 크게 반영됐다.
다만 조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변수는 남아있다. 우선 대법원장 정년(70세) 규정에 따라 대법원장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취임 3년 반 만에 퇴임해야 한다. 1957년생인 조 전 대법관 정년은 2027년 6월이다. 대법원장에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퇴임(2027년 5월) 한 달 뒤 정년퇴임하게 되는 구조다.
또한 이종석(62‧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와 같은 경북고 출신이라는 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종석 후보자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나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모두 ‘보수’ 성향이란 데 이견이 없다”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후보자가 전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지명되면서 지역 안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측면은 야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는 빌미다”라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는 대구지방법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 후보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2018년 10월18일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이종석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대법원장 자리가 40일 넘게 공석인데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임기 만료가 10일로 코앞에 다가와 대법원과 헌재 양대 사법수장 공백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이종석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유남석 소장 퇴임 이후인 13일로 잡혔고, 윤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인사청문회 일정과 본회의 표결까지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임명까지 최소 한 달은 잡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10일 유 소장이 퇴임하면 헌법재판소법 등에 따라 최선임 재판관인 이은애(57·19기) 재판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 소장의 후임 재판관 지명 절차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만 비로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