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가 12월 처방된다. 올해 2월 허가받은 후 약 10개월 만이다. 그동안 에임메드는 정부 기관, 병원 등과 처방 방법‧시기 등을 논의했다. 현재는 처방을 위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서울대병원, 신촌 세브란스 등 대형병원부터 처방될 예정이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솜즈가 1호 디지털 치료기기인 만큼 좋은 첫인상을 남기려 한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도 치료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솜즈는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불면증 환자가 모바일 앱이 제공하는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해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한다.
에임메드는 올해 2월 허가 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등 정부 기관과 꾸준히 소통하며 처방 방법, 시기 등을 조율했고 처방을 위한 마지막 관문만 남겨뒀다. 회사 측은 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신촌·용인), 원주 연세의료원 등 6개 기관에서 사용될 예정이며 12월 중순 첫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올해 2월 허가 후 제품 고도화는 물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의사들이 솜즈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NECA와 여러 협의도 진행했다”며 “병원마다 진행 과정은 다르지만 처방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에서 처방을 마치면 내년부터 처방 기관을 동네 의원급인 1차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처방 진료과가 정신건강의학과 외 신경과, 가정의학과, 일반 내과, 이비인후과로 확대돼 솜즈를 유통할 제약사도 물색 중이다.
임 대표는 “1차 병원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몇몇 제약사와 논의 중이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에 진심인 곳과 계약하고 싶다”며 “제약사도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 있는 기업이 있으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에임메드는 처방 기관 확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웰니스 영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09만여 명으로 2018년 85만5000여 명보다 28% 증가했다. 이외 수면장애를 겪는 일반인은 300~400만으로 추정된다. 에임메드는 일상생활에서도 수면을 관리하고, 불면증 진단을 받기 전 개인의 수면을 예측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갤럭시 워치 전용 솜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임 대표는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지만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 웰니스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객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수면을 예측하고, 불면증을 치료받은 환자가 효과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사후관리용 솜즈’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면증 외 ADHD와 공황장애 등 후속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특히 ADHD 디지털 치료기기 ‘NUROW’는 최근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했다. 6세부터 12세까지 국내 27명의 ADHD 아동을 대상으로 기존 약물치료와 병행하며 4주간 사용한 결과 ADHD 환아들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총점이 각각 유의하게 감소했다.
임 대표는 “ADHD 디지털 치료기기는 지난해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포스터를 발표했고, 11월에는 정식 논문도 게재됐다”며 “공황장애는 연구 단계 수준까지 완료한 상태고, 개발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이프라인 상용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본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대는 솜즈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임 대표는 마지막으로 솜즈의 처방을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생태계 조성의 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솜즈가 처방되면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확장 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됐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