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눈 얼마나 오길래?…‘눈 무게’도 예보한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20 16:29 수정 2023-11-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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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과 경기 전역, 강원 내륙과 충청 북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2022년 12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내리는 눈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등 수도권과 경기 전역, 강원 내륙과 충청 북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2022년 12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시민들이 내리는 눈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주 서울, 인천, 수원, 백령도, 홍성 등 전국 곳곳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첫눈의 낭만도 잠시, 귀 기울여야 할 소식 하나가 전해졌는데요. 올겨울엔 예년보다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겁니다.

바로 엘니뇨 때문인데요. 엘니뇨는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엘니뇨로 인해 우리나라에 수증기가 활발히 유입되면서, 폭설에 힘을 더할 수 있습니다. 폭설은 폭우 못지않게 인명·재산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는데요. 이에 기상청은 ‘눈 무게’도 예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겨울 눈이 얼마나 내릴지 걱정이 앞섭니다.

▲2021년 1월 12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021년 1월 12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역대 폭설 기록은…1962년 1월 울릉도에 ‘300㎝’

지난겨울 호남 지역에서는 17년 만의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사흘 동안 최고 60㎝가 넘는 많은 눈이 쏟아지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죠. 눈길이 된 도로에선 차량이 줄줄이 고립됐고,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졌습니다. 한 카페는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충청에도 최대 40㎝의 많은 폭설이 내렸고, 강원에도 산지를 중심으로 60㎝에 달하는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소방본부에 수십 건의 신고가 잇따랐죠.

제주 일부 산간 지역은 최대 80㎝가 넘는 누적 적설량을 기록했습니다. 초속 8~10m의 강풍까지 동반되면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기도 했는데요. 항공기 몇백 편이 결항됐고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중단된 바 있습니다.

울릉도는 불과 하루 사이 70㎝가 넘는 폭설이 내려 경악을 자아냈는데요. 산지에는 무려 1m 이상의 눈이 쌓였습니다.

사실 울릉도는 ‘폭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지역입니다. 1900년 이후 일최심적설량(눈이 쌓일 기간과 무관하게 지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울릉도인데요. 1962년 1월 31일 울릉도에는 ‘건물 한 층’ 높이인 293.6㎝의 눈이 쌓인 바 있습니다. 울릉도를 제외하면 1989년 2월 26일 강원 대관령에 188.8㎝ 쌓인 게 최고인데요. 울릉도의 기록과 앞자리부터 다른 기록이죠.

울릉도에는 1963년에도 242.3㎝의 폭설이 내렸고, 최근인 2018년 162.8㎝, 2020년 113.5㎝의 눈이 쏟아졌습니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월 25일 인천 중구 예단포선착장 앞바다가 얼어붙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월 25일 인천 중구 예단포선착장 앞바다가 얼어붙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기후 변화, 폭염·한파 강화한다…극단적인 추위 가능성도

이달 11일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은 -1.9도를 기록했습니다. 평년보다 7도 이상 낮고, 일 아침 최저기온(14.1도)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기온이 15도 이상 떨어진 겁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4.4도까지 떨어졌죠. 갑작스러운 영하권 추위에 시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한반도 북쪽에 쌓여 있던 강한 냉기가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기록적인 고온 현상을 보이던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순식간에 싸늘해졌죠. 중국 동북부 지역은 이달 초엔 30도 넘는 더위가 나타났다가, 5일엔 갑작스러운 한파가 들이닥치며 폭설이 내려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씨 패턴은 한겨울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북극 온난화로 인해 남북의 온도 차가 줄어들고, 극지방의 냉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대기의 흐름은 정체되는데요. 이로 인해 찬 공기가 내려오는 지역에서는 한파가 닥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북극에는 해빙(海氷·바다 얼음) 면적이 가장 작았을 정도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듬해 1월 제주에 사상 첫 한파 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기온 변동성이 무척 컸습니다. 현재도 북극의 해빙은 평년보다 적은 상태라, 북극의 차고 건조한 기운이 유입돼 강추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021년 3월 2일 오후 60㎝ 가량의 많은 눈이 내린 강원도 강릉의 산간마을인 왕산면 송현리의 농가주택 비닐하우스 2동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뉴시스)
▲2021년 3월 2일 오후 60㎝ 가량의 많은 눈이 내린 강원도 강릉의 산간마을인 왕산면 송현리의 농가주택 비닐하우스 2동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뉴시스)
기상청, 올해부터 ‘눈 무게’ 예보한다…피해 최소화 노력

지난해 전국 곳곳에 내린 폭설의 원인으로는 ‘수증기’가 꼽혔습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의 수증기가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부딪히면서 강력한 눈구름이 발생한 건데요. 많은 수증기가 물과 얼음으로 변하면 폭설이 내리곤 합니다. 이를 ‘호수 효과’라고 부르죠.

호수 효과는 대기와 바다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합니다. 지난해 겨울은 이 호수 효과가 더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엘니뇨의 최전성기는 한겨울입니다. 향후 엘니뇨가 더 발달하면서 바다를 따뜻하게 하고, 많은 양의 수증기를 만들면서 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행정안전부 자연재난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대설 피해액은 1574억3000만 원(2020년도 환산가격)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설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은 ‘눈의 무게’ 때문이었는데요. 눈송이는 무게가 안 느껴질 정도로 가볍지만, 눈이 쌓여 눈더미가 되면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정도로 무겁습니다.

쌓인 눈이 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지 변환해보면 무게를 추산하기 쉬운데요. 습기가 많아 잘 쌓이는 ‘습설’은 ‘눈이 10㎝ 쌓인 것은 물이 1㎝ 높이로 차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100㎡(약 30.25평) 면적에 눈이 50㎝ 쌓였다면, 같은 면적에 물이 5㎝ 높이로 5㎥만큼 차 있는 것과 같은 셈인데요. 물의 밀도는 약 1천㎏/㎥로, 물 5㎥ 무게는 5t이 됩니다.

이에 기상청은 그간 제공했던 적설량 정보뿐 아니라 눈의 무게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는 올해 2월 발표한 정책목표 ‘위험기상과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국민, 든든한 국가’를 바탕으로 마련한 올해 주요업무계획의 일환인데요. 당시 기상청은 핵심 추진 과제 5가지로 △재난문자 직접 발송 △강풍 정보 추가 제공 △강설 정보 세분화 △도로살얼음·안개 위험기상정보 전달 △수출 기반 마련 등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수분 함량이 높은 습설은 잘 흩어지고 가벼운 ‘건설’보다 눈 결정이 크고, 2~3배가량 무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죠.

기상청은 전북 동부권에 ‘눈 무게’ 예보 체계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눈 △평균적 눈 △무거운 눈 등 세 단계로 구분해 예보할 방침인데요. 무거운 눈이 주택 지붕이나 비닐하우스에 쌓여 붕괴까지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해당 지역에 기상 통보문이나 정례 브리핑으로 위험성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을 포함해 대구, 경북, 충청, 강원 영서 등 9개 시·도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가 발령된 1월 8일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도심이 뿌옇게 흐리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수도권을 포함해 대구, 경북, 충청, 강원 영서 등 9개 시·도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가 발령된 1월 8일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도심이 뿌옇게 흐리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마스크 다시 꺼내세요”…올겨울 미세먼지 농도도 ↑

올 겨울 걱정해야 하는 것은 눈 뿐만이 아닙니다. 엘니뇨에 따라 미세먼지도 지난해 겨울보다 짙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국회에 제출한 초미세먼지 3개월 전망을 보면, 올겨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와 비교해 높을 확률은 50%,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은 각각 30%와 20%로 분석됐습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땐 올겨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확률이 50%,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이 각각 30%와 20%였죠.

올겨울 초미세먼지 고농도(50㎍/㎥ 초과) 일수(황사일 제외)는 최근 8년 평균(20일)과 비슷할 확률이 50%, 많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30%와 20%였는데요. 작년과 비교 시 많을 확률이 50%,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30%와 20%였습니다.

통상 엘니뇨가 발생하면 일본 동쪽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우리나라로는 남풍 또는 남서풍이 부는데요. 남서풍이 불면 기온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오르게 됩니다.

또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한반도로 부는 북서풍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역시 짙은 미세먼지를 부릅니다. 찬 북서풍은 한파를 부르는 동시에 미세먼지를 쓸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전망과 같은 ‘초미세먼지 3개월 전망’을 내년 겨울부터 정식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 현재 수도권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초미세먼지 농도 50㎍/㎥ 초과 여부’ 예보를 27일께부터는 충청과 호남 대상으로도 제공할 예정인데요. 내년에는 강원과 영남, 제주를 대상으로도 초미세먼지 농도 50㎍/㎥ 초과 여부 예보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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