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학이 정시에서 영어 성적을 활용하는 방법 잘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시키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반영 비율에서는 제외하지만 총점에서 가산 또는 감산하는 대학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 등급별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영어의 영향력이 적다.
서울대가 대표적으로 총점에서 영어 등급별로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영어를 제외한 국어·수학·탐구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해 총점 600점 만점으로 계산한 뒤, 영어 등급별로 총점에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식이다. 이 때 1·2등급 간 점수 차이는 0.5점으로 매우 미미하다. 고려대 역시 감산 방식을 적용해 총점 1000점(교과우수전형은 800점)에서 영어 2등급은 3점을 감점한다.
연세대의 경우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인문계열은 16.7%, 자연계열은 11%로 영어를 포함시킨다. 대학의 전형총점인 1000점(한국사 제외)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영어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는 인문계열 8.3점, 자연계열 5.6점으로 상당히 큰 편이다. 따라서 비슷한 성적이라 해도 영어 영역에서 2등급을 받았다면 연세대보다는 고려대에 지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형 총점에 가점이나 감점을 부여하는 대학은 인문·자연계열 기준으로 가톨릭대(간호·약학·의예), 강서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중앙대, 전북대, 충남대 정도다. 그러나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감점 방식을 적용하는 대학 간에도 대학마다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가 다르고,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포함하는 대학들도 저마다의 환산 점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분화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올해 영어 반영 방법에 변화를 준 대학들도 잘 살펴봐야 한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성균관대다. 성균관대는 그동안 영어 등급별 가산점을 부여해왔지만 올해는 반영비율에 10%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변경했다. 등급별 점수 산정 시 다른 대학들과 달리 자체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는데,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를 활용해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건국대와 동국대는 영어 반영비율을 낮췄다. 건국대는 기존 15%에서 올해 10%로, 동국대는 20%에서 15%로 각각 변경했다.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는 전년과 동일하지만, 전형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영어 등급 간 점수차는 더 줄어들게 됐다. 영어 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다른 영역이 우수하다면 올해 유리할 수 있다.
우 소장은 “많은 학생이 영어 반영비율을 보고 유불리 대학을 판단하려 하지만, 동일한 반영비율을 갖더라도 대학마다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가 상이하기 때문에 반영비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모집요강에 제시된 영어 등급별 점수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반드시 대학의 점수 산출 방식에 따라 환산해 전형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한 후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