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법인세 감세 등 필요”
고금리ㆍ고환율과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향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 절반 이상이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131개 응답 기업의 55.0%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49.7%)고 밝혔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5.3%로 조사됐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투자 계획이 미정인 기업 비중이 38.0%에서 49.7%로 증가했다. 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 확대(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14.3%) 등을 이유로 꼽았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 물가 수준(2.0%)을 상회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년 기업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은 고금리 지속(33.6%)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환율ㆍ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 부채 위험(9.4%) 순으로 집계됐다.
경기 회복으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기업 3개 중 1개사(32.8%)가 내년 하반기로 응답했다. 2025년 19.8%(상반기 15.3%+하반기 4.5%), 2024년 상반기 12.2%가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에 근접한 2.0%로 전망했다.
장기간 통화 긴축의 여파로 더욱 심화한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정책적 지원 여력 약화의 영향으로 기대치에 부합하는 신속한 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민간 부채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금융 시장의 위기로 이어지면 2.0% 수준의 낮은 성장률마저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2.0% 성장하며 미흡한 수준의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의 점진적 안정에 따른 실질 소득 증가로 소비 여건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진행돼 온 소득 기반 부실화와 폭증한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회복세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설 투자 관련 지원이 크게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현재 기업들이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 투자 신ㆍ증축 관련 규제(28.8%)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ㆍ시설 투자 지원 부족(13.7%) 등이 투자 애로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 과제로 △금리 인하(28.8%) △법인세 감세 및 세제 지원 강화(22.6%) 등 자금 사정 개선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투자 관련 기업 규제 완화(18.3%) △금융 지원 확대(12.7%) 등을 지적했다.
추 본부장은 “투자 심리를 확실히 반전 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금융ㆍ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