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측 "FIU의 위법성 인정 목적 달성"…손배소는 일단락
일부 투자자 "금융당국 직무유기 형사고발, 법률대리인 선임"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이후 변경신고 수리 지연으로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파이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손해배상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직무 유기 등을 이유로 형사 고발을 준비하면서 고팍스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2차전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고파이 투자자들이 14일 소 취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가 투자자들이 소송 주체로서 부적합하고, 당사자가 고팍스라는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소송을 주도한 심재훈 변호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심사 지연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되었고, 다만 소송 주체가 고팍스가 되어야 한다는 재판부의 권고하에 소를 취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소를 제기할 당시부터 이런 부분은 예상했고, 다만 FIU의 행태가 위법한지 여부만 판단하기 위해서였는데 목적은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소를 취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파이를 둘러싼 법률 공방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 현재 일부 다른 고파이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을 직무 유기 등으로 형사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률 대리인도 별도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파이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 없이 바이낸스의 인수 및 국내 진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미국 규제 당국 간의 법률문제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변경 신고 불수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했던 재판부 역시 이러한 시각을 공유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을 비롯해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법률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FIU 관계자는 “앞서 임원 변경 심사 과정에서 임원뿐 아니라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도 연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FIU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주주의 범죄 경제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특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내법뿐만 아니라 ‘이에 상당하는 외국의 관련 법령’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전한 사회적 신용을 갖추지 아니한 자’ 등을 신고수리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투자자들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법률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사업을 이어나가려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심재훈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을중의 을인 고팍스가 감히 분석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해서 제가 나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