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영업익 2.8조 원…감산효과·메모리회복에 적자폭 줄어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한 지난해 영업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반도체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분기 대비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모바일 부문에서 이익이 소폭 빠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은 당초 증권업계에서 예상했던 영업이익 추정치보다 1조 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가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7441억원이었다.
잠정 실적 발표에서는 디바이스경험(DX), 디바이스솔루션(DS) 등 구체적인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DS부문의 반도체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모바일과 TV·가전을 포함하는 DX부문이 신제품 효과 감소와 계절적 요인 등이 맞물리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반도체 적자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몰고 온 반도체 불황에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타격을 받아 지난해 1분기부터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DS 부문의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2조 원대다.
다만 메모리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과잉 재고가 소진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4분기에도 적자 폭이 1조~2조 원대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증권사들의 영업 적자 평균 전망치는 1조 2051억 원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주로 DS 부문 실적 개선에 기반한다”며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D램이 27%, 낸드는 41%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BNK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4분기 DS부문 영업손실이 전 분기 3조 7500억 원에서 1조 27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무적인 건 지난해 1분기 이후부터 3개 분기 연속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6400억 원)와 2분기(6700억 원)에 1조 원 아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3분기에는 2조 4300억 원으로 올라섰고 4분기에 2조 8000억 원으로 다시 증가폭을 키웠다.
작년 한 해 삼성전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DX부문이 4분기에는 주력 스마트폰 출시 효과 감소와 TV·가전 등 수요 부진 등으로 이익이 다소 빠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플래그십 모델 출하량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을 두고 “메모리 부문 적자가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MX(모바일경험) 부문은 플래그십 효과 축소로 전 분기 대비 물량과 가격 모두 감소 및 하락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과 TV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비수기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이 2조 원 안팎으로 예상돼 4분기에도 ‘실적 효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은 지속해서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증권가에서 제시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5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AI폰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효과 등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작년 4분기 및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