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영원한 친구, 삼성전자가 드디어 8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8일 전장 대비 1.25% 오른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소액주주들 580만 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민 주식’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2020년 찾아온 반도체 업황의 슈퍼 사이클 수혜 이후 5만 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는 장중 8만 원선을 터치하기는 했으나 종가기준으로 8만 원을 돌파한 것은 무려 2년 8개월 만입니다.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엔비디아발 AI(인공지능) 호재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을 공개했는데요.
GPU는 AI 학습‧운영에 쓰이는 두뇌 역할을 하는데, 이번 신제품인 B200은 전작인 H100 대비 성능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신제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보다 속도가 최고 30배 빠른 최첨단 칩을 또 내놓은 것입니다. 더군다나 전작에 비해 비용과 에너지 소비는 25분의 1까지 낮추며 ‘괴물 칩’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만큼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많아졌는데요. B200에는 5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가 8개 탑재됩니다. 전작인 H100과 H200에는 HBM이 각각 4개, 6개가 탑재됐는데 이보다 더 많은 숫자입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반도체로 GPU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데요.
이날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삼성 HBM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미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와 함께 삼성전자에도 시장 시선이 쏠린 배경입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반도체 출시를 알리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본격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인데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 53%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국내 기업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죠.
삼성전자 주가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매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가도 높이고 있는데요.
현재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입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3E 12단(36GB)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경쟁사 대비 수개월 선행해 진행하고 있다"며 "8단에 대한 퀄 테스트 승인은 올해 2분기 내 완료돼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HBM 열위에 대한 과한 우려가 형성시킨 밸류에이션(가치) 괴리를 회복할 국면"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메리츠증권도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BM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정책을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전개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은 서프라이즈로 예상되는데 지난 1년간 진행된 메모리 주가 양극화는 이제 동행기조로 전환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DB금융투자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4000원에서 10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4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3조4000억 원, 5조6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3%, 8% 웃돌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 연구원은 “하반기 대형 AI 반도체 고객사에 HBM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차세대 AI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을 고려해 실적 추정치를 높였다”고 분석했죠.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9만6000원 고점을 찍었는데요. 이후 급락하는 과정에서도 전문가들은 ‘매수’를 외쳤기 때문입니다.
이에 보수적으로 목표 주가를 잡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이익 개선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목표주가를 9만4000원으로 예상했죠.
김 연구원은 “올해 실적 개선은 메모리 실적 개선에 따라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라며 “당초 메모리 업계의 가동률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급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하반기 가격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해왔으나 예상대비 우호적인 수요 환경을 고려해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경쟁사와의 HBM 로드맵 격차 축소가 관건”이라며 “여전히 후발주자의 위치이나 과거 대비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축소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