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SK그룹, 지주사 전환후 경영체제 개편도

입력 2009-06-15 10:14 수정 2009-06-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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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상장시기 · SK증권 매각이 관건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은 지난 2007년 7월1일자로 지주사 전환을 공식 선언했지만 급격한 금융시장 악화로 인해 결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2년간 유예 신청을 냈다.

시장에서는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수차례 SK그룹측으로부터 지주사 전환체제 연장의 불가피성과 관련한 약식 페이퍼 등을 통해 설명을 들어왔으며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 지연 등 상황이 불가피해 진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유예기간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전환 2년간 유예 연장

SK그룹의 지주사 전환 핵심은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SK증권 등 금융자회사 매각 2가지로 국한됐다. 따라서 SK는 사실상 지주사인 SK C&C 상장을 통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려고 했다.

실제로 SK는 지난해 말 SK C&C를 구주상장 방식을 통해 기업공개를 한 뒤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철회했다. SK는 최근 거래소에 SK C&C 재상장 심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로, 내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한 SK증권에 대한 계열사 지분(SK네트웍스 22.4%, SKC 7.73%)도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유예 만료기간인 2009년 6월 말이 다가왔는데도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SK가 일반지주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과 지주사 설립 유예 기간을 1년 연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만 바라보고 있어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SK가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을 2년간 추가로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당분간 국회 파행이 예상돼 6월중 법안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부 계열사 지분 확보 등 지주사 요건은 시행했다. SK는 SK텔레콤의 TU미디어에 대한 지분을 38%에서 44.15%로 높여 손자회사 요건인 지분 40%(비상장사의 경우)를 맞췄다. SK에너지의 OK캐쉬백서비스㈜의 지분도 처분해, SK에너지와 SK텔레콤이 5대 5로 합작해 설립한 SK마케팅앤컴퍼니의 자회사로 뒀다.

◆실질적 지주사 'SK C&C'

SK그룹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취약한 소유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지난 2005년 외국계 자본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은 1만주(0.02%)에 불과하다. 오히려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만5911주(0.03%)를 보유해 더 많이 갖고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비상장회사인 SK C&C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해 왔다. SK㈜의 최대주주는 SK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중심인 SK C&C로, SK㈜ 지분 31.82%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최태원 회장은 SK C&C의 지분 44.5%를 보유함으로써 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SK C&C 상장은 언제?

SK그룹은 오는 7월 SK C&C 재상장 심사 결과가 나오면, 최근 경기 악화와 증시 침체로 차질을 빚었던 SK C&C IPO(기업공개) 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보유한 SK C&C 지분 30%, 15%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경기여건이 좋아지고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 살아난다면 SK C&C 상장을 통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K C&C 상장은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채 순환출자고리를 자연스럽계 끊을 수 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도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어 사업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공모가다. 경기악화와 증시 침체로 희망 공모금액만큼 주식 가치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모가가 낮게 산정되면 구주를 매각하는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유입되는 자금이 크게 감소, 상장메리트가 줄어든다.

따라서 SK C&C 상장의 핵심은 적절한 공모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SK그룹에게는 적지 않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SK C&C가 비상장사인 SK E&S 지분 24.5%를 2090억원에 매입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 나서고 있다. SK E&S의 경우 배당성향이 높아 SK C&C로써는 막대한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시너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경우 SK C&C는 내년 상반기에 IPO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등 금융사업 본격 진출(?)

지주사 전환의 또 다른 요건인 SK증권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예정대로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금융자회사 보유가 허용돼 굳이 SK증권을 매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주사인 SK㈜가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의 나머지 30%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황규원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SK그룹이 금산분리제도 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SK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율이 30.4% 수준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SK그룹은 지주사체제 외부에 있는 관계사를 통한 지분인수 등 대책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지분 매각 등을 통해서는 그룹의 자금에 대한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관리·운용의 성격을 띈 SK증권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증권사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주사 전환 문제가 원활히 마무리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카드사업 진출 등과 연계해 금융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봤다.

오진원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인트벤처 신용카드사 설립과 함께 과거 매각설이 빈번하게 제기됐던 SK증권이 공정거래법 개정을 지주사 SK㈜의 자회사로 편입돼 금융부문 강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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