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사 회원사는 원화거래소 5개가 전부…일탈 땐 닥사 권한도 모호
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책임은 지지 않고, 규제만 하려 해” 비판도
닥사가 2일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사실상 모든 코인 마켓 거래소들이 참여하면서 닥사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소 자율규제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업계는 “그나마 대표성 있는 곳이 닥사인 만큼 자율규제를 나서서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당국이 자율규제를 이용해 규제는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2일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닥사)가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모범사례)’를 발표하며 닥사의 자율규제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이번 모범사례에 사실상 모든 코인 마켓 거래소가 참여하면서다.
이번에 모범사례에 참여한 코인 마켓 거래소는 총 15개 사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된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가 총 27개고, 이중 지닥과 큐비트를 포함한 9개 사가 공식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코인 마켓 거래소가 이번 모범사례에 참여했다.
닥사 측은 모범사례를 공개하며 “모범사례는 참여 거래소가 거래지원 심사에 있어 공동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가 확립되고, 이용자의 신뢰가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모범사례가 원활히 적용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확대된 적용 범위와는 달리 닥사는 여전히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5개의 가상자산 원화거래소만을 회원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범사례는 당국에서도 밝혔듯 자율규제라 강제력이 없다. 원화거래소의 경우 닥사가 지난해 고팍스의 위믹스 상장을 두고 내부 공통 가이드라인을 어겼다고 판단해 3개월의 의결권 제한 조치를 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닥사는 자율규제와 관련한 마땅한 제재 권한이 없어 이번 모범사례 역시 거래소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인 마켓이 향후 모범사례를 어길 경우에는 고팍스의 위믹스 상장 사례 수준의 상징적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닥사 관계자는 “자율규제와 관련한 제도가 없어, 현재까진 참여 사업자가 모범사례를 함께 준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금융 당국과 함께 만든 모범사례인 만큼, 회원사가 아닌 사업자들까지 포함해 닥사가 거래소 업계를 대표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론 닥사가 비회원사에 대한 제재 권한 등은 없지만, 거래소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에 닥사가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모범사례를 두고 당국이 자율규제를 통해 규제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을 역임한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가상자산이라는 기존에 없던 산업 전체를 책임지기엔 정부로서도 부담이 되니, 중간에 협의체를 둔 것”이라면서 “여기서 문제를 정부가 조율을 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땐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당국의 방식은 형식적으론 자율규제지만 당국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자율규제로 닥사를 앞세우지만, 이걸 자율규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모범사례를 계기로 닥사가 코인 마켓 거래소까지 포함하는 협의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코인 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업계에서 최근 닥사에 코인 마켓 거래소까지 포함하는 식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최화인 대표 역시 “실질적으로 이번 모범사례에 원화마켓이 아닌 코인 마켓 거래소들도 포함시킨 것은 자율규제 전반의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