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매미의 추억

입력 2024-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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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매미 소리부터 듣는다. 어릴 때는 동도 트지 않은 새벽부터 우는 매미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요즘은 한밤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는다. 불빛만 있으면 언제든 운다. 왜 이렇게 울까요? 누가 물으니 짝짓기를 위해 우는 거라고 책에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땅속에 오래 있다가 나오는 매미의 생애를 보세요,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보다 감성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매미의 땅속 생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어떤 종류의 매미든 땅속에서 매미가 애벌레로 지내는 기간에 어떤 숫자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종류에 따라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지만 3년, 5년, 7년 동안 땅속에 머무는 매미는 있어도 9년을 땅속에 머무는 매미는 없다고 했다. 11년 13년을 땅속 생활을 하는 매미는 있어도 12년이나 15년 땅속 생활을 하는 매미도 없다고 했다. 길게는 17년 19년 머무는 매미도 있다.

이 숫자를 가만히 보면 모두 소수다. 1과 자신의 수로만 나누어지지 다른 수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길게는 19년이나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는 매미는 있어도 8년, 9년, 12년, 15년 하는 식으로 다른 수로 나누어져 약분되는 숫자를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하는 거냐고 물으니 매미 나름대로 자연 속의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소수의 생애 주기를 갖는 것으로 2년 3년 4년 주기를 가진 천적과 기생충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땅속 생활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어찌 울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 마땅한 놀잇감이 없으니 매미를 잡고 잠자리를 잡아서 논다. 잠자리를 거미줄을 걷어 만든 잠자리채로 잡아 꽁지에 실을 묶어 하늘을 날게 하고, 매미는 다리에 길게 실을 묶어 바지랑대에 매어둔다. 그러면 실이 묶인 채로 수매미가 울면 이 소리를 듣고 암매미가 찾아온다. 그걸 바라보는 게 놀이였다.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 해 형제들이 같은 시기에 휴가를 받아 시골집에 모였다. 낮에는 개울에 나가 민물고기잡이 천렵을 하고, 저녁엔 마당가 자두나무 아래에 평상을 펼치고 앉았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어린 시절 추억도 이야기 하느라 어느덧 밤이 이슥해졌다.

자정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우리가 앉은 평상 옆 자두나무 아래에 무언가 땅을 뚫고 힘들게 올라오는 게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직 날개가 나오지 않은 매미였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지내다가 이제 날개를 얻기 위해 힘들게 땅을 뚫고 올라와 다시 자두나무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느렸다.

그러고는 땅에서 1미터쯤 올라와 나무껍질을 단단히 잡고 마지막 껍질을 벗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과학 영상에서는 압축하여 보여주니 모습도 순조로운데 실제로는 지켜보면 몇 시간이나 걸리는 더딘 과정이었다. 어릴 때 놀이 삼아 매미를 많이 잡았어도 매미가 번데기에서 마지막으로 허물을 벗고 나오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우리 형제 모두 계속 얘기를 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평상 옆 자두나무에 매달려 허물벗기를 하는 매미를 지켜보았다. 매미의 천적인 새들뿐 아니라 모두가 고유하게 잠든 시간 땅으로 올라온 매미는 다시 세 시간가량 힘들게 허물을 벗어냈다. 몸이 다 나온 다음에도 어떻게 저토록 찬란한 날개가 번데기 속에 구겨져 있었을까 싶을 만큼 접히고 접힌 날개를 조금씩 펴서 그걸 말려나갔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다 말린 날개로 드디어 하늘을 날아갔다. 그 과정은 또 얼마나 엄숙하게 보였던지, 이 더운 여름 매미 소리만 들리면 그 매미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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