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를 준비하는 수도권 수험생 10명 중 7명은 지방의대에 지원할 의지가 있지만, 지방의대 졸업 후 지방권에서 의사 활동을 하겠다는 수도권 수험생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한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지망생이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가 현실화할 경우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희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종로학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의대 준비 수험생 1715명 대상으로 한 ‘권역별 의대 수험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의대 지망 수험생에게 ‘지방권 의대 수시 지원 의사’를 물은 결과 70.5%는 지원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방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 활동을 선호하는 지역으로는 서울(63.8%), 경인(29.1%)을 각각 꼽아 전체 92.9%가 수도권에서의 의사 활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권 의대 졸업 후 지방에서 의사 활동을 하겠다는 수험생은 7.1%에 불과했다.
지방권에서 의대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63.4%가 지방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수도권 의대에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34.4%로 적지 않았다.
지방권 학생들 중 68.3%는 지방대 의대 졸업 후 지방에서 의사활동을 하겠다고 답했는데, ‘서울(28.8%)’과 ‘경인(2.9%)’ 등 수도권에서 의사 활동을 하겠다고 말한 비율은 30%를 넘었다.
이 같은 의대 지망 수험생들의 수도권 의사 선호는 정부가 지방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려 지역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5월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확정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이 전년 대비 1497명 늘어난 총 4610명을 선발하는 가운데 이 중 71.2%(3284명)가 비수도권 의대 선발 인원이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26개교에서는 전체 모집인원(3202명)의 59.7%(1913명)를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은 정부의 선발 확대 방침에 따라 전년(1025명)보다 888명이나 늘었다.
권역별로 선호 의대를 묻는 질문에는 수도권 수험생은 △서울대(44.9%) △연세대(18.2%) △성균관대(7.4%) 순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대구·경북 수험생은 △경북대(42.9) △서울대(27.4%) △연세대(6.0%) 순이었으며, 부산·울산·경남 수험생은 △부산대(34.8%) △서울대 28.6% △울산대(16.1%)를 꼽았다. 호남권 수험생은 △전남대(37%) △전북대(18.5%) △서울대·연세대 16.7% 순이었다.
충청권 수험생 37.8%, 강원권 38.5%, 제주권 62.5%는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서울대를 꼽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권 학생들이 지방권 지역인재 전형 선호도가 높고, 대학별 선호도는 지방권 학생들도 대부분 지역에서 수도권 의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수도권, 지방권 중복 합격에 따른 이동 현상은 앞으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모집 정원이 10% 이상 확대된 의대 30곳에 대해 재인증 평가(주요 변화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수험생들의 53.0%가 대학 진학 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의대 지원 의사에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65.3%가 ‘상관없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원 의사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33.1%로 전체 98.3%가 의대 지원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