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입력 2024-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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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화된 뒷북대응 관료문화 여전
내수침체 장기화에 경제난 심각해
기준금리 인하 늦지않게 시행하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의 육상과 수영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의 스퍼트 타이밍이 메달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임을 다시금 느꼈다. 타이밍이 중요한 건 운동경기뿐만 아니다. 국가, 기업, 가정, 개인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가 타이밍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정책도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정책이라도 시행시기에 따라 효과적인 정책이 되기도 하고 쓸데없는 정책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외에서 타이밍을 놓친 정책실패 사례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산아제한 정책이다. 1983년에 이미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에 필요한 수준(2.1명)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계속하다가, 1996년에야 없앤 것이 지금의 초저출산 및 인구감소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올바른 타이밍을 놓친 결과,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이 작년 0.72명으로 떨어지고, 이젠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키로 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해외 사례로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비판을 들 수 있다.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에 대응하고자 2020년부터 0.2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엔 문제가 없었는데, 2021년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에 이를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연준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방치하다 2022년 3월 물가상승률이 8.5%에 달하자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작년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5.5%까지 인상했다. 이런 지각 대응 때문에 미국에서의 인플레 장기화는 물론 세계경제도 고물가·고금리·강달러의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역으로 최근엔 경기와 고용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어느 나라건 정책 담당자들은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인데, 왜 이렇듯 타이밍을 놓치고 뒷북대응을 하는 것일까. 대개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그렇지만, 때로는 정책 부작용을 우려해 주저하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 정책 타이밍에 부정적인 관료문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공직사회에는 문제를 예방하는 사람보다 문제가 터졌을 때 잘 수습하는 ‘해결사’가 더 인정받는 문화, 정책 효과보다 부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정책을 잘 해도 일한 티가 나지 않은 반면, 부작용이 생기면 징계를 받거나 때로는 사법적 수사까지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처럼 미리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관료문화를 고치려고 예전 한 기관장이 “그릇을 닦다가 깬 사람은 용서해도, 깰까 봐 아예 닦지 않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던 일화도 있다.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다.

요즘 국내에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수개월째 2%대로 안정된 반면, 소비·투자 등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올 2분기 우리 경제가 0.2% 역(逆)성장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기까지 1년 정도 시차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인하시기가 늦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지난 주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제는 내수침체의 심각성이다. 주변 경제인들을 만나면 요즘 체감경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한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추지 않았는가.

물론 물가 및 경기 상황, 미국의 기준금리 조정 등을 종합 고려해 인하시기를 정해야겠지만,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면 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생길 것임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가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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