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한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상황속에서 원ㆍ달러 환율도 1250원선 부근에서 재차 박스권을 공고히 구축하는 모습이다.
주가와 환율이 통상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같은 환율 흐름은 외견상 크게 우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
다만, 외환시장 수급상으로는 현재 원화 강세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박스권 흐름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이 외화 수급 여건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 잣대는 두 가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다.
경상수지는 지난 2월 이후 꾸준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6월 무역수지는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폭 흑자를 기록했다. 자본수지도 지난 4월 이후 흑자 돌아선 상황이다.
국내 외화 유입도 최근 눈에 띄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이후 지속되던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 기조가 최근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연말연초 환율 급등의 주된 원인이었던 외화 단기차입 또한 3월 이후로는 순유입되는 상황이고 지난 1분기 동유럽 금융위기 당시 잠시 우려됐던 채권자금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급 여건에도 원화 추가 강세가 제한되는 이유로 지난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영향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즉, 지난 3월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강세 국면에 접어든 상황 속에서도 원화는 여타 주요 신흥국 통화보다 빠르게 강세 기조가 멈췄고 이에 한국 고유의 변수가 작용했다는 것.
신흥국 통화 강세가 6월초까지 이어졌으나 원화 강세는 이와 달리 5월 중순 일단락됐다. 당시 고유 변수는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말고는 특별히 부각될 만한 이슈는 없었다.
국제유가 상승이 또한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됐다는 의견도 지난 2007~08년 유가 급등락기에 환율이 큰 변동성을 보였던 경험이 최근 유가 상승 국면에서 원화 강세 베팅을 억제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권의 한 외환 딜러는 "당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국제유가 상승에 민감하다는 인식이 서울환시 참가자들사이에 확산됐었다"며 "무엇보다 유가 상승이 역외 참가자들의 달러화 매수 여부를 결정짓는 주된 원인이자 원화값 강세를 제한하는 재료로 부각됐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북한발 안보 위험과 고유가가 서울환시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흐름을 제한해왔고 6월 이후로는 달러화마저도 추가 약세가 제한되는 흐름이 전개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달러화에 대한 추가 약세가 제한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도 제한받았다"며 "이는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신용등급 하향 우려 등으로 미 국채 금리에 프리미엄이 필요해짐에 따라 달러는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