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회복이 아직 요원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한 채 기존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은행들은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한 채 기존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해외진출 관련 은행들의 신규사업 신청은 한 것도 없었으며, 기존에 추진했던 사업도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등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여놓은 사업 마무리도 벅차"
은행들도 최근 일각에서 '은행권이 다시 해외진출을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위기 이전 해외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된 만큼 전면 보류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해외진출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해 온 우리은행도 금융위기 이후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한 채 기존에 추진해 온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 추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기존에 추진해 왔던 사업조차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의 경우도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이 홍콩 IB법인 설립을 공식화한 바 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일단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BCC은행 지분 확대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홍콩 IB법인 설립은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인도 사무소를 지점화 계획은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진행된 사안이고, 현지 당국의 허가가 있기까지는 2~3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다시 본격화한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진출 본격화 '시기상조'
올해 들어 해외 진출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던 신한은행도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를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올해 설립한 캐나다 현지법인과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은 이미 약 2년 전부터 추진해 온 것이며, 올해 하반기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현지법인과 베트남 현지법인도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해 초부터 이미 추진된 것이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 관계자는 "해외진출 관련 올해 설립됐거나 하반기 설립 예정인 현지법인들은 모두 지난해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이전에 이미 추진된 것들"이라며 "현재로서는 해외 신규사업은 전면 보류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영전략 차원에서 해외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며 "향후 해외진출 사업이 본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홍콩 IB법인 설립도 지난해 상반기 추진된 이후 지난 6월 비로소 현지 당국의 설립인가를 얻게 됐으나 해외진출 관련 다른 신규사업은 아직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현재로서는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을 전면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이는 꽉 막혔던 자금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인 정도"라며 "은행들이 거액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은행권은 당분간 해외진출 관련 신규사업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