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임산류·나물류 저렴
대형마트는 과일류·가공류 가격↓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12일 만난 이정희(54) 씨는 “해마다 시장에서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모든 게 다 더 비싼 것 같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보통 홍로 사과를 상에 올리는데 1개에 8000원이라니 말이 안 된다”라며 “친척들도 온다는데 장바구니를 푸짐하게 채우질 못하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치솟은 물가에 ‘한숨’을 내쉬었다. 과일부터 시작해 육류, 생선, 채소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이전보다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추석을 맞아 농·축·수산물 성수품을 공급하고 할인 행사를 지원하는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추석을 한 주 앞두고 조사한 차례상 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20만4969원이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데 드는 차례상 차림 비용은 19만5053원으로 대형마트(20만9636원)보다 7%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올해 6~7인 가족 기준 서울 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대형마트 28만8727원, 전통시장 24만785원이 든다고 발표했다. 차례상 차림 비용은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8.4%, 전통시장은 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용문시장에서는 한낮 시간대임에도 추석 장을 보기 위해 나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과일가게에서는 ‘제수용’이라고 쓰인 팻말을 과일 앞에 내걸었고, 채소가게에서도 애호박, 오이 등을 묶음별로 내놨다. 시장 곳곳에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홍보하는 표지판도 눈에 띄었다.
한 과일가게에서는 일반 사과 5개 묶음에 1만5000원, 제수용 사과 홍로(1개)를 8000원에 팔고 있었다. 사과는 1상자(9~13개)에 8만5000원, 선물용 사과 1상자는 10만 원대였다. 애호박은 1개당 1500~2000원, 배추는 한 포기당 7000~1만5000원 선이었다. 보통 제사상에 올리는 조청산자 찹쌀약과도 6000원에 달했다.
채소 가게를 기웃거리다 정육점으로 온 김미령(가명·50) 씨는 “고사리나 숙주가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서 쇠고기 좀 둘러보려고 왔다”라며 “시장에서 더 저렴한 것 위주로 사고 상품권으로 계산해서 환급도 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용산구 내 한 대형마트도 추석 상차림 비용부터 시작해 각종 선물세트도 가격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사과 3개 묶음에 1만3000원, 배 3개에 1만5000원대였다. 구이용 한우(700g)는 5만 원대, 보통 선물로 많이 하는 참치나 스팸 세트도 5만 원대로 형성돼있었다.
마트 곳곳에서는 추석을 맞이해 고기, 생선, 야채 등을 세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오이 1개당 990원에 단 하루만 특가로 판매한다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자 소비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백순희(72) 씨는 “차례 지내려고 백화수복이랑 계란 3판을 우선 담았는데, 5만 원이 훌쩍 넘는다”라며 “마트가 시장보다 덥지도 않고 카트 끌고 다니니까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민(36) 씨도 “제사를 지내진 않지만 가족들 LA갈비를 해주려고 사러 왔다”라며 “시장보다 카드 할인이나 특가같이 더 저렴한 물품도 있어서 골라서 사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올해 추석 상차림과 관련해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임산물(대추, 밤), 나물류(고사리, 도라지), 채소류(시금치, 대파, 알배기 배추), 수산부류(다시마, 동태살 등), 축산부류(돼지고기, 닭고기 등), 가공식품(부침 가루, 두부, 약과 등)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과일류(배), 가공류(청주, 식혜, 다식, 맛살, 밀가루)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15일까지 전국 전통시장에서는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다. 서울시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이마트와 협력해 양파를 시중보다 5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16일까지 서울 시내 이마트 25개 매장에서 양파 2.5kg 1망당 매장 정상가격 5480원 대비 50% 할인된 2740원에 판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