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삼성, 반도체 투자 ‘시동걸까’

입력 2009-07-12 10:58 수정 2009-07-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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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설비투자 가능성 높아…투자패턴 변화 주목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설비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사분기 실적호조 전망으로 투자여력을 회복한데다가, 후발업체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추격의지를 다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난야는 모기업 포모사로부터 3억7000달러를 조달 받았다. 난야측은 우선 이 자금을 하반기에 투자해 50nm 스택 공정전환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피다도 올 하반기에 약 1600억엔의 자금을 일본국영은행 및 민간은행에서 차입 등의 방법으로 끌어올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메모리 가격 폭락으로 투자여력을 상실했던 이들 기업이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 등에 힘입어 자금을 확충하면서 삼성전자 등 선두 기업과 벌어졌던 격차를 좁히려고 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24일 2사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31~33조원, 영업이익 2.2~2.6조원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은 무엇보다 휴대폰과 TV등 세트부문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지만 공정전환에 따른 반도체 부분의 수익도 기대 이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올해 이뤄지지 못했던 반도체 분야의 설비투자를 하반기에는 본격화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매년 100% 이상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리더십을 지켜왔지만 올해에는 2사분기가 지나도록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동부증권 이민희 수석연구원은 “채널확인에 의하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3분기가 전통적인 메모리 성수기인데다, 꺾일 것을 봤던 D램 가격이 3분기에도 소폭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설비투자 결정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업계에서는 당초 엘피다와 마이크론의 54nm 공정전환이 3분기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D램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인텔의 인증 지연과 이머전 장비 부족으로 인해 본격적인 공정전환이 4분기 이후로 예상되면서 3분기 DDR3를 중심으로 소폭의 가격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상황은 무르익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R&D와 공정전환에 국한된 제한된 투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기별로 필요한 투자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케파를 늘리는 투자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박현 연구원은 “내년이 돼야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윤곽이 나올 수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후발업체들이 내년이 돼도 생산케파를 늘리는 설비투자에 나서지 못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설비투자 결정은 삼성전자가 '현재 수준에서 즐길 것인가', '격차를 더 벌릴 것인가'라는 전략적 판단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반도체 투자 패턴이 변한 것에 주목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과거와 같은 설비투자 개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R&D와 공정전환에 대한 투자의 의미를 좀 더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은 R&D 투자를 통한 기술 리더십 강화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권오현 사장이 최근 삼성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R&D투자를 기반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낸드플래시와 D램에서 20나노∼40나노급 미세 공정 기술격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꾸준하게 투자해왔는데, 지난해에는 반도체 R&D에 매출의 11% 가량인 2조원 이상이 투자됐을 정도이다.

요컨대 반도체,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의 투자패턴 변했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선도적인 설비투자로 생산케파의 차이를 벌리기 위한 투자에서 수요부족 시대에 접어든 향후에는 R&D위주의 투자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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