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는 사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반면에 하반기에는 배추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상기후의 불똥이 어떤 농산물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6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 56.8%를 기록한 사과 가격 상승률(전년대비)은 2월 71.0%, 3월 88.2%로 확대됐다.
4월(80.8%)과 5월(80.4%), 6월(63.1%)에도 6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다 하반기인 7월(39.6%), 8월(17.0%)에는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과 가격이 전년대비 하락세(-4.8%)로 전환됐다.
올해 상반기 사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것은 작년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 속에 과수화상병까지 더해지면 생산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올해 8월 햇과일(홍로)의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으로 생산량이 예년 수준으로 늘면서 사과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홍로) 평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10kg당 4만7780원으로 1년 전보다 4만4183원(48.0%) 내렸다.
사과 가격은 하반기 들어 하향세를 보이지만 배추가 사과의 바통을 이어받아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폭우와 폭염이 극심했던 올해 8월 배추 가격은 1년 전보다 9.6% 올랐고, 지난달에는 53.6%나 상승했다.
지난달 22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배추만 한 배추가 한 포기에 2만 원'이라는 게시글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달 배추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은 9월 중순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폭염으로 배추 생육이 부진한 것이 주원인이다. 배추는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채소다.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지난달 23일 정부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신선배추 1000톤을 직접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산 배추를 수입한 건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과가, 하반기에는 배추가 '금값'이 된 것은 결과적으로 이상기후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 여파가 어떤 농산물에 옮겨붙어 가격 급등을 야기하는 지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국민 먹거리인 농산물 가격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상기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산물 수입 확대와 같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해 품종 개량 등의 기후적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도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수급불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스마트팜 확대, 품종 개발, 공급망 다변화 등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