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와우멤버십 인상에도 소비자 순응
채널별ㆍ기업별 선의의 경쟁, 소비자에 이득
선두업체의 유통시장 지배력이 계속 커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서 기인한다. 소비자들은 ‘가성비 있는 제품’을 원하는데, 가격과 품질 둘다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선두업체가 아니고서는 확보하기 힘든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두업체의 독과점이 심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은 가격 대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를 양산하게 됐다. 과소비 대신 꼭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선두업체에서 구매를 하는 소비 현상이 선두 유통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만들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티메프 사태(티몬 위메프 정산 지연)’로 촉발된 이커머스업계의 소비자 미환불 이슈는 별 의심없이 온라인쇼핑을 즐겼던 국내 소비자 대부분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기업 이커머스로 소비자들은 몰려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4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쿠팡 등 국내 대형 온라인플랫폼(71.8%)이 티메프의 경쟁력 상실에 따른 이용자의 이동 예상 채널로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중국 온라인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 등)은 11%, 기타 국내 다른 오픈마켓은 7.8%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선두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특정 온라인플랫폼이나 유통채널이 소비자나 입점 기업 또는 판매자(셀러)에 비용 전가 등 유무형적 횡포를 일삼을 것이란 지적이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쿠팡은 8월 초부터 기존 와우 멤버십 회원의 월 구독료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58%다. 쿠팡의 가격인상은 두 번째다. 앞서 2021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한 차례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유료멤버십 가격을 올려왔지만 고객 이탈은 크지 않았다. 쿠팡에 따르면 와우 회원 수는 2020년 600만 명을 기록했다. 2022년 1100만 명으로 늘어났고 작년 기준 1400만 명으로 커졌다. 가격 인상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약 133% 증가했다.
이용자수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9월 기준 쿠팡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0.9% 증가한 3210만7000명이었다. 이커머스업계는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만큼,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고객들이 당분간 쉽게 쿠팡을 이탈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이 ‘끼워팔기’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배달앱 ‘쿠팡이츠’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인해 요금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선택의 자유도 침해받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워낙 상품 브랜드도 많아졌고 동시에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지다보니 소비자들도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구매를 많이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유통채널별 또는 기업별로 선의의 치열한 경쟁을 해야 소비자도 가격 이득 등 혜택을 보는데 그렇지않으면 소비자가 되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