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인터뷰한 6인의 전문가들은 ‘공급망 안정이 곧 경제 안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짙어지고 이상기후마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지금, 원재료 조달부터 전 세계 최종 소비시장까지 연결되는 그물[網]을 촘촘히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제1과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새로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등의 수출 다변화 전략도 함께 가야 한다. 확보한 자원을 우리나라로 무탈히 가져올 수 있도록 적기에 선박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북극항로와 같은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할 필요성도 크다.
친환경으로의 전환 역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국제 해운의 탄소 중립’(넷제로)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기존의 ‘2008년 대비 50% 감축’에서 크게 상향된 것이다.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산업화 이전 대비 글로벌 기온 상승 1.5도 아래로 억제)과 2021년 COP26에서 합의된 글래스고 기후협약(국제 해운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동참 촉구)이 IMO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해운업계와 정부도 국제 해운의 탄소 중립 목표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항로 최적화 및 운항 효율성 개선을 도모하고, 대체 연료 기반의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국내 조선소들은 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대체연료를 활용한 저탄소·무탄소 고효율 선박의 개발과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스페인, 독일 등 해운 강국과 비교할 때 친환경 선박 건조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더디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하이브리드형 통상질서에 대응해 친환경 운송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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