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대비 5.4조 증가…어두운 실적 전망에 안정적 수익 부각
올해 들어 증권사 랩어카운트에 자금 유입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며 전문가가 고객 자산을 도맡아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향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액은 96조5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90조6262억 원) 대비 5조4305억 원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 랩어카운트는 2022년 5월 역대 최대치(153조7614억 원)를 찍은 뒤 침체기에 접어든 바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의 환매 요구가 거세진 영향이라는 평가다. 통상 랩어카운트 상품은 3~6개월 단기 자금을 굴리려는 법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당시 일부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환매해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 불건전 운용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하며 신뢰도 문제가 재차 불거지기도 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만큼 당분간 투자자들의 랩어카운트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1조1011억 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08% 감소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 자산 운용부터 자문까지 관리해 간접투자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증권가도 랩어카운트 상품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특히 랩어카운트 최소 가입 금액을 낮춰 다양한 고객층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한국투자증권(‘미국주식AI랩’)과 NH투자증권(‘NH다이렉트인덱싱’), 삼성증권(‘라이징 스타’), 현대차증권(‘반도체 밸류체인’) 등이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