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탄핵됐다. 전공의·의대생들과도 언쟁을 일삼아 의료공백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임 회장이 강제로 물러나면서 의정갈등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임 회장의 불신임 건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임시대의원총회는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회장 불신임 안건이 가결된다. 임 회장 불신임 건은 출석 대의원 224명 중 찬성 170명, 반대 50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이날 임 회장은 표결하기 전에 “회장으로서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전공의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더 이상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겠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말했지만 대의원들의 뜻을 꺾는 데는 실패했다.
올해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임기 초기부터 막말 논란과 의정갈등 상황의 리더십 부족 등으로 의사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왔다.
임 회장의 탄핵 표결에 앞서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한목소리로 임 회장을 탄핵해달라고 대의원들에게 촉구했다.
대전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의대협도 “임 회장이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임 회장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공백 사태를 논의하는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출범한다. 협의체에선 의정갈등의 불씨가 된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해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활성화 등 안건이 다뤄진다. 야당과 다수의 의사단체가 참여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반쪽 상태’로 출범할 가능성이 크지만, 임 회장의 탄핵으로 ‘미래 의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다소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불신임 건 이후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건 1차 투표는 찬성 84명, 반대 120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이후 2차 투표에서 찬성 106명, 반대 63명으로 가결되며 비대위를 구성하게 됐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회장 선출을 먼저 할 것인지,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면서 “정관에 따르면 상근 부회장이 회장 불신임 시에 회장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하지만 불신임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결정을 잘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회장이 없는 상황에 비대위원장도 없다면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재투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의정갈등 등 중차대한 상황인 만큼 한 달 이내에 회장 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비대위원장은 13일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임기는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