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등금 전액, 해외 본사로
사회공헌은 순이익의 10%도 안돼
햇살론 등 사회책임금융도 찔끔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외국계 은행이 해외 본사에 거액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고배당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고금리 시기 손쉽게 돈을 벌면서도 국내 은행보다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매년 반복되지만 바뀌지 않는 이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총 4000억 원 규모의 중간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 248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미국 씨티그룹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SC제일은행은 지난 3월 5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배당금이 전액 본사로 보내진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했고, 지분율은 99.98%다.
국내에서 벌어드린 수익을 해외 본사로 송금하지만 국내 투자나 고용, 사회환원에서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에서 강조한 상생금융과도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반면, 외국계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 은행권 중 최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3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출은 약 162억 원이었다. 지난해 순이익 4233억 원 대비 비중은 3.83%에 불과하다. 한국씨티은행도 6.72%에 머물렀다. 규모와 순이익이 비슷한 지방은행의 사회공헌 비중과도 비교된다. 지방은행 중 △BNK부산은행 12.95% △제주은행 12.12% △BNK경남은행 10.63% △iM뱅크 10.08%가 10%대를 넘었다.
서민 대출 공급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사회책임금융(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유스, 햇살론뱅크) 공급액은 8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2073억 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2021년 국내 시장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한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사회책임금융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0원으로 집계됐다.
장기적 수익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한국씨티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시장 지위 저하로 이자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서민금융 등 공익적 역할을 확대해 국내 소비자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