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 20개국(G20) 일정 등 남미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 후 인적쇄신 작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인적쇄신 카드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고, 임기 후반 정책의 키워드인 '양극화 완화'를 펼칠 적임자를 전진배치해 국정운영 동력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현재 4 ·10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장수 장관들이 개각 대상에 올라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인적쇄신을 위한 인재 풀 선별과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시기는 국회 예산안 심의가 마무리된 뒤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내년 초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관계자는 "(국회) 예산안이 통과돼야 민생이 돌아간다. 예산안 통과 시점까지는 기다려달라"며 "쇄신은 서두르되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각은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 해온 재임기간 2년 이상의 장수 장관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사실상 교체 1순위로 거론된다. 이들 장관은 그간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밀린 현안 해결을 위해 유임해 왔다. 의료 개혁 문제를 안고 있는 조규홍 장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인선엔 10개월 가까이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가능성도 점쳐진다. 딥페이크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여가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대가로 여가부 장관 임명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인선 가능성을 높이는 분위기다. 현재 전주혜 전 의원, 신영숙 여가부 차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국무총리 발탁은 이번 인선의 최대 과제다. 앞서 한 총리는 최근 열린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총리 교체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대통령께서 검증에 들어갔고, 생각보다 진지하게 이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한 총리는 4·10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실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여소야대인 22대 국회에서 국회 인준을 받을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도 한 총리의 유임 이유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가져온 정치인 출신이어야 국회 허들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5선 권영세 의원과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물망에 올라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운영 키워드인 '양극화 해소'의 정책 동력과 대통령의 인적 쇄신 의지, 민생 행보 등을 모두 포괄해 상징할 만한 깜짝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에선 수석비서관급을 중심으로 개편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거론돼온 행정관 역시 교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얼굴격인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이번에 교체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