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또다시 침묵...불붙은 與 당원게시판 싸움 점입가경 [종합]

입력 2024-11-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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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3·4선 중진 의원들과 만나기 위해 회동 장소로 향하고 있다. 2024.11.06.  (뉴시스)
▲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3·4선 중진 의원들과 만나기 위해 회동 장소로 향하고 있다. 2024.11.06. (뉴시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두고 당내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대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2주 넘게 이어온 당원 게시판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길어지는 ‘침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외교 현안관련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외교 현안관련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 대표는 20일 오후 한 언론사 행사에 참석한 뒤 당원 게시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19일)에도 “그 얘기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법률자문위원장이 말씀한 바로 갈음하겠다. 제가 특별히 더 말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4일 “(이런 일로)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뒤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대표 측은 ‘정당법에 따라 당원 신상을 열람·공개할 수 없다’며 게시글 작성자에 대한 당무감사 가능성에 선을 그은 상황이다. 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은 한 대표와 동명이인의 당원이 쓴 글이라는 입장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14일 “당원 신상은 언급이 금지돼 있다”며 “법적 조치 대상자들을 선별하게 되면 조치하면서 다시 공지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에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다 하루 뒤인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공천개입 의혹 관련 인물인 명태균 씨의 녹취가 공개된 이후에도 침묵했다. 당시 한 대표는 나흘간 침묵을 유지하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하며 침묵을 깼다.

◇친한 vs 친윤 싸움 격화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뉴시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뉴시스)

한 대표의 계속된 침묵에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의 충돌이 격화됐다. 친윤계는 당무감사를 통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한계는 당원 게시판 익명성 보장을 이유로 당무감사가 아닌 경찰 수사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익명으로 된 당원 게시판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특정 사람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끄집어냈는지도 상당히 의혹”이라며 “권성동 의원은 혹시 (당원 게시판에)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 실명으로 검색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전날 CBS 라디오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에 대해 한 대표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한 데 따른 대응 격이었다.

권 의원은 이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희 가족과 보좌진 중에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면 저와 관련하여 당무감사를 해도 좋다”고 맞받아쳤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태균, 김경수,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며 “그걸 두둔하는 레밍들을 보면 참 측은하기도 하고 불쌍하고 초라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추가 의혹 가능성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부산 수영구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부산 수영구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01.09. (뉴시스)

이런 가운데 당원게시판에 있는 글과 같은 글이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에도 여러 개 올라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원게시판에서만 여론조작을 한 것이 아니라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댓글에서도 당원게시판 글과 똑같은 글을 지속적으로 남긴 계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 전 위원은 “같은 아이디가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과 토씨도 안 틀린 글들을 디시인사이드에 지속적으로 올린 것이 확보됐다”며 “주로 한 대표 딸 계정으로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디시인사이드와 네이버 댓글 등에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예시로 한 대표의 딸 이름으로 올해 9월 18일 7시 49분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과 같은 내용의 글이 같은 날 8시 25분 디시인사이드 모 갤러리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해당 게시글의 내용은 ‘한동훈은 21세기에 필요한 융합 인재다’였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당원 게시판 관리자 등을 두고도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모처럼 당정이 단일대오를 보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내홍에 빠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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