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美 안보핵심 ‘웹3.0·AI’인데…

입력 2024-11-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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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미래IT부장

미국은 원폭 개발하듯 지원하는데
정치에 밀린 한국은 기본법도 없어
국가안보 차원 전략적 집중 절실해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는 그의 정책과 발언에 따라 특정한 투자 전략이나 거래가 활성화된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의 경제 정책 기대감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특정 자산이나 업종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봤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재정 정책 확대와 감세 정책 △달러 강세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프라 투자 및 에너지 업종의 강세를 뜻한다. 다시 말해 ‘US 대 비(非)US’가 뚜렷하게 대비될 것이란 뜻이다.

다시 트럼프 시대, 돈의 흐름이 미국 중심의 경제 안보적 관점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웹(Web)3.0 기술과 인공지능(AI)이 중심에 있다. 전자는 비트코인의 전략적 국가 비축자산에 대한 기대감이 방증한다. 후자는 ‘AI 맨해튼 프로젝트’로 압축된다. 트럼프 2.0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핵 개발로 패권을 장악했듯, AI로 기술 헤게모니를 확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여론은 ‘투기’로 함축된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논의조차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준비자산’이나 국가 안보 핵심인 ‘비축자산’으로 편입하는 방안 등을 놓고 연일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트럼프 인수팀에서 백악관 입성 후 가상 화폐 정책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백악관 직책을 만들기 위해 가상 화폐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비트코인의 자산가치와 시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한국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을 넘어선 상황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변동성은 그동안 신중한 행보를 거듭해 온 한국 가상자산 정책 전반의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거의 마비 상태에 있는 지금, 수익률이 부진한 한국 증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이다. 가상자산법 추가 입법, 법인의 코인 계좌 및 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범용 인공지능(AGI) 경쟁과 획득을 위해 의회가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을 창설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연례 보고서를 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국가 총력을 기울여 핵무기를 개발한 계획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를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비상한 각오다.

한국의 AI 생태계를 돌아보면 답답해진다. 업계에서는 3~4년 전 주목받았던 AI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AI 핵심기술이 아닌 활용기술에만 매달리다 낙오됐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현재 추세대로면 미국이 2040년 도달할 AI 수준을 우리가 달성하려면 447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경고한 그대로다.

다행인 것은 우리 토종 플랫폼 업체들이 AI 시대에 대응할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아직 AI 기본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2020년부터 AI 개발 지원과 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여야의 정쟁으로 죄다 뒷전으로 밀리다가 AI기본법만이 26일 가까스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가 안보 차원의 중장기 전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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