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10.4%↑…무 62.5%·호박 42.9% 등 올라
신선식품지수 32개월만 최저…기저효과에 과실 8.6%↓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째 1%대를 기록하면서 둔화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하락 등 기저효과 영향으로 석유류가 5%대 하락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을 견인했다. 반면 채소류 값은 10%대 상승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3%대(3.1%)로 올라선 뒤 4월(2.9%)부터 8월(2.0%)까지 5개월 연속 2%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9월(1.6%)부터 1%대로 진입했다.
품목별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0% 상승해 전체 물가를 0.08% 올렸다. 채소류 물가는 10.4% 올랐다. 무(62.5%), 호박(42.9%), 오이(27.6%), 토마토(15.3%) 등의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파(-20.7%), 양파(7.9%) 등의 가격은 떨어졌다.
신선과실은 8.6% 하락했다. 특히 사과 가격이 8.9% 떨어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작년에 사과 등 과실 가격이 워낙 높았던 기저효과도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워낙 높았다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전년동월대비 0.6%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5.3%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2% 내렸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직전 달(10월·-10.9%)보다 감소 폭이 줄었는데, 기저효과와 정부의 유류세 한시적 인하 폭 축소 영향이다. 공 심의관은 "유류세 할인 폭이 축소돼 석유류 하락 폭도 줄었다"며 "그럼에도 작년에 비해 국제유가 가격이 많이 떨어져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가공식품은 1.3%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가격은 작년 같은 달보다 3.0% 상승해 전체 물가를 0.12% 올렸다. 도시가스(7.0%), 지역난방비(9.8%), 상수도료(3.1%)가 각각 상승했고 전기료(0.4%)는 소폭 줄었다.
전체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물가에 가까운 품목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2년 3월(2.1%) 이후 32개월 만의 최저 상승 폭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9% 올랐다.
정부는 이상기후,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물가 2% 이내 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누적된 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만큼 △유류세 한시적 인하 내년 2월 말까지 연장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내년 3월 말까지 현 수준(3%→0%) 유지 △무·당근 할당관세 내년 2월까지 2개월 연장 △코코아두·커피농축액 등 식품원료 할당관세 내년 지속 시행 등 체감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