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냉담…자국 시스템 우위 강조 때마다 사례들 것
일본 신중, 이시바 총리 방한 일정 연기할 듯
CNN “김정은, 한국 정치혼란 악용할 수도”
초유의 ‘비상계엄’과 관련해 핵심 동맹국인 미국이 등을 돌렸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모습이다.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벨기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민주주의 발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라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의견 불일치는 반드시 ‘평화적이고 법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군부를 동원한 비상계엄에 반대 견해를 밝힌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 미국, 일본 안보협력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여겨졌지만 계엄 사태가 터졌다”며 “미국과 일본 관리들은 양국이 모두 지지하는 리더(윤 대통령)가 왜 이런 충격적인 권위주의적 조치를 취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은 태평양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안보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비상계엄은 어떤 명분을 덧붙여도 미국 측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행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실상 등을 돌린 셈이다.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방한을 무기한 연기했고 카자흐스탄 국방부 장관은 방한을 전격 취소했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내년 1월로 계획했던 한국 방문 일정을 연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총리실은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답변을 아꼈다.
유엔과 유럽연합(EU)도 “계엄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공식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 해제는 법치에 대한 의지”라며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북한과 중국ㆍ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대응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가 CNN에서 나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의 내부 정치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CNN은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경쟁 우위’를 내세울 때마다 이번 계엄을 사례로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CNN은 인도ㆍ태평양 전문가들의 발언을 종합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모두 한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들 3국은 한국의 이번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미국의 핵심 세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을 악용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요국 공식입장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라는 게 공통분모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국제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명분 없는 비상계엄’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대니 러셀 부사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이 다행스럽게 계엄군의 총알은 피했다”라면서도 “다만 윤 대통령은 그의 발등에 스스로 총을 발사했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