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면서 ‘반도체 개미’(국내 반도체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가 반등 재료를 찾기 어려워서다. 악재만 산더미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터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29% 하락한 5만34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1.08% 상승한 1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발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 탓이다.
이날 노무라증권은 범용 D램 및 낸드 가격이 예상보다 약세를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만8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노무라증권은 “전통적인 IT 수요의 제한적인 회복과 주요 낸드 공급사(players)의 높은 가동률에 따라 2024년 3분기부터 범용 제품의 가격 약세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2025년 예상되는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의 약세 규모가 기존 전망 대비 커지고 있다”며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삼성에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D램은 중국 기업의 공세로 이런 경향이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노무라증권은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현재 추세대로라면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량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더불어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을 삼등분 중이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해 범용 제품의 가격 약세로 목표주가를 28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내렸다. 다만, HBM 판매는 실적 상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HBM 시장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숀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쟁사들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종목에 HBM 제품을 공식적으로 추가했다.
여기에 ‘국장’(국내 증시)의 고질도 겹쳤다. 미국 등 해외 각국 증시는 다 살아나는데, 한국 증시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이들 대장주가 힘을 못 쓰니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은 한국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외국인은 ‘셀 반도체’를 본격화한 8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19조8000억 원, 2900억 원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