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해지면서 사회 모든 이목이 국회와 대통령에 집중된 요즘이다. 두 명만 모여도 이야기의 주제는 계엄과 탄핵뿐이었다.
가상자산 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요즘은 특히 난감하다. 모든 사람들이 국가의 미래와 경제를 논하는 상황에서도 유독 가상자산 업계에 대해서는 “이 시국에 코인은 무슨…”이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다른 산업에 비해 작고 소중한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의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일 수 있지만, 국내에서 블록체인 산업이 후순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10일 국회 본회의를 간신히 통과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만 해도 기자가 당일 오전까지 전해 들은 국회 분위기는 ‘탄핵정국에 코인 과세를 논할 상황이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소득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 1일 과세는 2년 미뤄졌지만,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 업계를 주요 현안으로 보지 않는 현실을 알 수 있었던 사례였다.
최근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하며 업계가 요구해온 법인 계좌 허용 등의 논의가 시작되고, 2단계 입법과 관련한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긍정적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가 터지며 다시 국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국내에선 안 그래도 지지부진하던 가상자산·블록체인 산업 관련 논의가 더욱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글로벌 산업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곧 미국의 대통령으로 재취임하게 될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 했고,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비트코인은 금과 경쟁관계’라고 말할 정도로 그 위상이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두 인사의 발언을 ‘비트코인 현물 ETF보다 더 큰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는 가상자산 현물 ETF는커녕,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중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담는 ETF에 대한 출시 역시 불발되는 등 정부와 당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경계’는 오히려 전보다 더 심해진 듯하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이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해당 산업을 ‘금융의 미래’ 혹은 ‘미래 먹거리’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무관심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또다시 신산업을 선도할 기회를 잃을 것이다.
다른 모든 논의를 제쳐둔 채 가상자산 산업에 집중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다. 다만 국가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논의에서 “이 시국에 코인은 좀…”이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