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 재화, 실질 손해액 산출 어려워
저작권 감정 지연 등 창작의지 저하
“표준 계약서 개선해 분쟁 예방해야”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위축된 문화·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갈등을 해소할 해결 기준이 불분명하다보니 최근 관련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18일 본지가 대한상사중재원 ‘클레임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분야 분쟁 중재 접수실적은 △2019년 41건 △2020년 30건 △2021년 19건 △2022년 22건 △2023년 29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처럼 콘텐츠 분쟁을 거치더라도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조인들은 콘텐츠 분쟁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무형의 재화를 취급하는 만큼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과 동일한 기준에서 손해액을 산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 ‘낙인’ 불법복제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저작권법에 따라 피고가 침해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이나 원고가 권리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 등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권성국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는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계약 구조에 맞춰 표준계약서를 추가 제정함으로써 분쟁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일이 실효적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손해 규모를 증명하기 곤란하다는 소송실무상 난제와 함께 늘어지는 재판 또한 국내 문화·엔터업계 종사자들의 창작 의지를 꺾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진구 법무법인(유한) 세종 변호사는 “음반 저작권 감정의 경우 1년 가까이 진행된 사건이 많다”면서 “엔터테인먼트·문화 산업 분쟁에 있어 감정기간이 통상적으로 길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콘텐츠 분쟁의 경우) 감정 기관의 인적·물적 한계가 작용할 수 있다”며 “이를 확충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