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예적금 이어 대출상담도 생성형AI 적용
망분리 규제 완화로 날개 "서비스 확장에 본격 나설 것"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은행 창구 중심의 대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AI 뱅커와 소통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금융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우리은행이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4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기반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서비스영역은 예·적금 상품에만 한정됐다. 하지만 급변하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서비스 영역은 빠르게 확장됐다. 불과 7개월 만에 복잡한 금융 업무 중 하나로 꼽히는 대출 상담까지 AI뱅커를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역시 금융권 최초의 시도였다. 우리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AI 기반 금융 서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주도한 김선우 우리은행 AI플랫폼부 부장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디지털타워에서 만났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선우 부장은 "2025년은 은행권 인공지능(AI)의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은행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냈다.
◇ 예·적금 이어 대출 상담까지…"한발 앞선 기획으로 경쟁력 확보"
은행들이 AI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단순히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AI는 이제 은행의 경쟁력을 넘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이에 우리은행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김 부장은 "생성형 AI는 언어 모델을 넘어선 혁신의 도구가 됐다"면서 "기존에는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거나 텍스트 기반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분석, 검색 엔진 활용, 정보 처리까지 모두 아우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금융업에서 AI 기술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면서 "단순히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수준의 AI기술은 단순한 업무는 자동화해 대체하고, 난이도가 높은 업무는 지능화된 툴(Tool)로써 그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AI를 인간과의 상호보완을 고려한 ‘디지털 트윈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우리은행도 AI뱅커를 인간 뱅커의 쌍둥이 개념으로 포지셔닝했다"라고 설명했다.
확실한 목표점을 갖고 출발했지만 우리은행의 생성형 AI 도입은 초기 단계에서 타행 대비 속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AI 전담 조직 규모나 인력 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김 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선택과 집중'에 나설수 밖에 없었고, 핵심 서비스 영역을 선별해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예·적금, 대출 상담과 같은 핵심 금융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 은행들보다 먼저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는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도입 속도 중요하지 않아…고객 맞춤형으로 '튜닝' 집중
은행들이 생성형 AI 기술, 즉 거대 언어 모델(LLM)을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느냐는 것도 중요하다. 자체 LLM을 개발하느냐, 혹은 외부 LLM을 도입해 파인 튜닝(Fine-tuning, 미세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AI 전략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외부 LLM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자체 LLM 개발 보다는 이미 학습된 LLM을 가져와 기업의 특정 데이터로 추가 학습시켜 원하는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에서다.
김 부장은 "오픈AI는 과거 리눅스가 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했던 것처럼, AI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기업에 AI 기술 도입 문턱을 낮추고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를 만들겠다는 식의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적은 비용과 시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ROI(투자수익률)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생태계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AI를 학습하고 튜닝하는 능력이다. 김 부장은 "사실 은행 업무에 대한 지식은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차별점을 만드는 것은 오픈소스를 가져다 어떻게 튜닝을 시키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이 대고객 업무를 다른 은행들보다 빨리 출시한 것도 금융 언어와 은행 창구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화 등 방대한 양의 금융 데이터를 AI뱅커에게 빠르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망분리로 새로운 기회 열려…"'AI 상담원→ AI PB'로 확장이 목표"
금융 당국의 망 분리 규제 완화로 은행권의 생성형 AI 활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부장은 내년 은행권이 AI분야에서 진검 승부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부장은 "우리은행은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과 대화 능력을 갖춘 생성형 AI를 통해 진장한 '초(超) 개인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단순히 예·적금 혹은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AI뱅커가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AI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AI PB 서비스를 선보이기에 앞서 AI뱅커에 주택담보대출과 청약 상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금융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기술 발전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망분리 폐지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기회는 열렸지만 보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김 부장은 "우리은행은 보안에 있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전략을 활용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플랫폼의 경우 '금융분야 AI보안 가이드라인 준수 및 검증'을 위한 보안모듈을 개발했다"라고 피력했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두 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기술 또는 시스템을 결합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금융 거래 기록, 개인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김 부장은 마지막으로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보다 완성도 높은 AI 뱅커를 통해 고객과 성공적인 소통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1999년 서강대 기계공학과 학사 △2024년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석사과정 △2001년 SK CNC 테크니컬 아키텍트 △2012년 IBM 테크니컬 컨설턴트 △2015년 현대카드 디지털이노베이션팀 △ 2017년~ 우리은행 AI플랫폼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