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환율에 먹거리물가 비상…유통가 해법은 ‘B급 상품·산지 다각화’

입력 2024-12-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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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에 환율 상승까지…누적된 비용에 과일ㆍ채소 등 줄줄이 인상
'맛은 나쁘지 않다' B급 먹거리 찾고 강달러 피해 최소화할 산지 다각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둔화하면서 안정세를 이어갔다. 3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국제유가 하락과 햇과일 출시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된 영향이 컷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이 추석을 2주 앞두고 명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둔화하면서 안정세를 이어갔다. 3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국제유가 하락과 햇과일 출시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된 영향이 컷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이 추석을 2주 앞두고 명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원ㆍ달러환율이 26일 장중 1460원대로 치솟는 등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 먹거리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이상기후 여파로 작황 부진에 따른 원재료 수급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비상계엄발 국내 정세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이슈가 환율을 끌어올려 수입단가를 밀어올릴 여지가 커진 것이다. 유래없는 악조건 속에서 유통가는 먹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이날 오전 장중 1465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6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역대급 환율은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3월 20일 기록한 1472원 수준이다. 아직 1470원대를 넘어서지 않았으나 향후 1500원대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환율 여파가 수입재료 가격 상승과 생산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쳐 먹거리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식품산업 60∼70%, 외식산업 30~40%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체의 약 70% 상당이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빵과 면류 주재료인 밀가루의 대부분이 수입돼 국내에 들어오고 있고 한국인의 필수 음료로 자리잡은 커피의 원두,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등이 주수입 원재료로 꼽힌다.

기업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식품물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환율 이슈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신선식품 가격에도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B급 과일'을 유통하고 수입산지를 다변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먹거리 비용부담을 낮추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날 ‘작아도 맛있는 수입 과일’ 시리즈 중 첫 번째로 작아도 맛있는 체리와 바나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과실이 작은 상품으로 구성하는 대신 판매가격은 20% 이상 낮춘 물가안정 상품으로 향후 추가 상품 출시도 예고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지난달 개최한 자사 대표 할인행사인 ‘쓱(SSG)데이’ 당시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마켓컬리와 농협 등도 저마다 못난이 먹거리를 취급하는 ‘제각각’ 및 '투박해도 맛있다!' 시리즈를 내놓고 먹거리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들은 이밖에 산지 다변화에도 골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고환율 속 미국산 냉장 소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캐나다ㆍ뉴질랜드산 소고기를 판매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냉장 소고기의 경우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냉동 소고기에 비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이라며 "산지 작황을 면밀히 파악해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경감시킬 다양한 상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과자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과자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420만달러(약 6605억 원)로 작년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과자류 수출액은 농식품 품목 중 라면,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올해 1월부터 추석 전인 이달 둘째 주까지 수출액은 5억2910만달러(약 7071억원)로 집계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자를 구매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국 과자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과자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420만달러(약 6605억 원)로 작년 동기보다 15.4% 증가했다. 과자류 수출액은 농식품 품목 중 라면,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올해 1월부터 추석 전인 이달 둘째 주까지 수출액은 5억2910만달러(약 7071억원)로 집계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자를 구매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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