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증가했고 앞으로도 물량이 계속 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분양 적체는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주택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480가구로 전월보다 15.2% 증가했다. 2013년 12월(2만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2023년 12월 1만857가구에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미분양 중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은 악성으로 분류된다. 전셋값 내림세를 유발하고 매매가격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준공 후 미분양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증가했는데 수도권은 경기도가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보다 22.2% 늘어난 2072가구다. 2020년 5월(2145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도의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10월까지 1000가구를 밑돌다가 11월 1000가구를 넘겼고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6월부터 1700~1800가구 안팎을 유지했다.
평택과 오산, 이천 등 외곽지역에 수요보다 많은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분양가도 높게 책정돼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도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많아 외부 수요가 유입돼야 공급되는 주택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투입 비용을 생각하고 가격 인하도 어려운 구조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기도의 미분양 증가세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대구와 경북 등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674가구로 전월보다 47.6% 늘었다. 2012년 10월 2838가구 이후 12년여 만에 최대치다. 경북은 63.2% 증가하면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2237가구를 기록했다.
입주 물량이 몰린 영향이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요자들의 심리 위축과 미분양 증가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대구는 최상급지인 수성구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이런 지표가 나오면 다시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순위 청약 자격을 해당 지역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되면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상황이 심각할 것"이라며 "특히 이미 물량이 많이 적체됐을 뿐 아니라 준공 전·후 미분양 물량이 모두 증가세를 보인 곳이 요주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가 미분양 현황을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실제 상황은 국토부 통계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미분양 비율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윤 위원은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준공 전 미분양과 달리 악영향이 큰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이 커지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전체적인 미분양 물량 증가보다는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22년 준공 전 미분양의 11% 수준이었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2023년 17%대로 늘었고 지난해는 30%까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