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환은행 금융지주법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입력 2009-07-28 08:06 수정 2009-07-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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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이 금융지주회사법 시행안 통과에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올해 10월부터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 소유가 현행 4%에서 9%로 확대되면서 총알을 확보한 국내 은행들이 잇따른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사실상 대주주인 론스타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외환은행을 처분하고 투자자금을 고국으로 회수하는데 급급한 심정이다.

이는 최근 민간배드뱅크 돌연 불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간배드뱅크는 5년 간 운영된 뒤 청산하고 이때 이익을 출자 은행에 배당하는 구조인데 당장이라고 팔고 싶은 주주들이 찬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론스타와 외환은행 투자자들이 여론 비난보다는 투자자금 회수를 먼저 선택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그렇다면 외환은행 인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명분이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 때 사모펀드사인 론스타가 헐값에 사들이고 다시 거액의 시세 차익을 남긴 채 손을 떼는 먹튀(먹고 튀다 준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는 외환위기 직후 1조3000억원에 사들였지만 6년이 지난 지금 6조원이 넘는 규모로 되팔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의 말이다.

따라서 공적자금까지 투입된 외환은행을 싸게 사들이고 엄청난 이익만 챙긴 채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지속되고 있다.

또 외환은행 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김준환 범국본 사무처장은 지난 해 ‘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다’라는 책을 발간해 외환은행 투쟁의 전말, 론스타 개입의 이면과정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바 있다.

결국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국내지주사들은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이렇다 할 명분을 내놓지 못한 채 애매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기 위해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명분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성공적인 매각을 하기 위해서는 매각 비용을 낮추거나 여론의 비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올해 금융권 내 최대 이슈가 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론스타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무조건 팔고 떠나려는 생각보다는 국내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만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론스타가 국내 여론을 잠재울만한 명분을 내세우거나 매각 비용을 외환위기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치 우리나라 국민들이 론스타를 불법 매각에 먹튀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없는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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