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 삼성물산과 계약 종료...별도법인 세우고 직진출
삼성패션 ‘코텔로’ ‘샌드사운드’ 등 자체브랜드 육성 사활
LF ‘던스트’, 한섬 ‘시스템·시스템옴므’ㆍ‘타임’ 등 강화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해당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전개해오던 국내 패션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패션 기업 입장에선 공들여 잘 키운 해외 브랜드가 이탈하면 당장 매출이 빠져 실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패션 업체들은 직진출 리스크를 자체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와의 라이선스(상표)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했다. 다만 미국 뉴발란스가 2027년 한국 지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사실상 2030년 이후엔 본사가 한국에 직진출해 사업을 전개할 전망이다. 뉴발란스 본사는 현재 국내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은 터라,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뉴발란스는 2008년부터 이랜드월드와 손잡고 브랜드 유통·운영을 맡겨왔다. 이랜드월드의 현지화 전략 덕분에 연 매출 300억 원 수준에서 16년 만에 1조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랜드월드는 현재 전체 매출 중 약 30%에 달하는 뉴발란스 판권 계약이 종료될 것을 대비해 남은 5년 여간 복안 마련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도 2023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과의 국내 독점계약을 종료하고 별도 법인(톰브라운 코리아)을 세워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같은 해 필립스 반 휴센(PVH)그룹도 한섬과 10년 만에 계약을 종료하고 ‘CK캘빈클라인’ 지난해 직진출 했다. 독일의 유명 캐주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 역시 LF와 독점 계약 종료 후 지난해 직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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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해외 브랜드가 직진출에 나서는 것은 한국 패션 시장에 안착했다고 판단 후 국내 기업에 로열티를 받는 대신 직접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내 패션 업체들은 수입 브랜드 외에도 자체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거나 사업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자체 브랜드의 경우 해외 브랜드 사업처럼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돼 성공만 한다면 수익성은 더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패션 브랜드 비중이 높은 삼성패션은 2021년부터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자체 브랜드를 신규 론칭해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여성복 브랜드 ‘코텔로’를 내놓은 데 이어 2022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샌드사운드’를 론칭했다. 2023년과 지난해엔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와 ‘앙개’를 각각 선보였다.
해당 브랜드들은 론칭 이후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샌드사운드와 디 애퍼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60%, 80%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해 브랜드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들 브랜드에 대한 팬덤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F의 2019년 LF의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출발해 2년 만에 독립법인 씨티닷츠로 출범한 ‘던스트’도 매년 성장하며 2023년 기준 385억 규모까지 커졌다. 전 세계 20여 개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던스트는 향후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글로벌 홀세일(도매) 규모 확대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한 중국, 대만, 베트남에서 헤지스도 올해 론칭 25주년을 맞아 중동, 인도, 유럽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한섬은 ‘시스템’·‘시스템옴므’과 ‘타임’의 글로벌 확장을 통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자사 첫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시스템 파리’를 오픈했다. 시스템 파리 매장은 지난해 연간 목표 매출의 130%를 달성했다. 이 밖에도 자사 편집숍인 ‘이큐엘(EQL) 내 자체 브랜드 ‘에센셜바이이큐엘’을 론칭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를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아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와 함께 영업망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